호남가(湖南歌), 호남시(湖南詩)를 따라서 · 30
능주(綾州)에 붉은꽃은 골골마다 금산(錦山)이라.
<능주의 붉은꽃은>
비단고을에 붉은 꽃이 피어나 온 세상이 비단고을이 된다. 부귀와 영화를 바라는 인간의 꿈이 마침내 이루어지는 것이다, 바로 능주가 인간이 소망하는 그 꿈의 고을이다.
비단은 예 시절 최고의 옷감이었다. 그 비단 중에서도 붉은 비단은 왕이 입는 색깔이었고 귀인의 상징이었다. 죽어서 관에 덮는 명정(銘旌)도 붉은 비단인데 이는 생명의 부활과 사귀(邪鬼)를 쫓는다는 생각에서였다. 또 비단은 왕의 하사품이었고, 화폐와도 동일시되는 귀한 물품이었다. 비단옷 입고 하얀 이밥에 고깃국을 먹는 게 이 세상에서 누리는 삶의 호사를 뜻 했다.
비단 고을 능주의 붉은 꽃은 복숭아꽃이다. 혹독한 추위가 가고 온 천지에 새 생명이 움트는 봄 날, 세상을 화사하게 물들이는 꽃이다. 은은히 묻어나는 향기가 숨 막힐 듯 깊은 춘정을 일깨우는 꽃이다. 아리따운 여성의 청초한 형상과 고혹적(蠱惑的)인 체취(體臭)를 품은 꽃이다.
도화골, 도동(桃洞), 도화동(桃花洞) 등 복숭아 도(桃)자가 붙은 마을은 진달래골, 살구골, 싸리골처럼 인간을 포근하게 감싸는 평화로운 마을의 상징이다. 복숭아꽃의 짙은 정향(精香) 때문일까? 복숭아꽃이 주막집에 내걸린 붉은 등, 유곽(遊廓)의 붉은 등으로 상징되기도 하는데, 어찌 세상의 다양함에 대해 탓하랴? 잘난 척, 점잖은 척 고귀한 척, 고상한 척 으스대는 재수 없는 척자 인간들도 많은 세상이다. 그런 인간들일수록 지 구린데 감추려고 남의 탓 앞세우기 일쑤다. 그 척자들이 색주가(色酒家)는 인생사 쓰레기인데, 감히 청초한 복숭아꽃에 비교한다고 쌍심지를 돋울 지도 모르겠다. 여성 비하라고 떼로 몰려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기치고, 도둑질하는 거 아니라면 주막이고 유곽이고 다 세상살이의 이치이자 일부다. 자연스레 받아들이면 그들도 함께 살아가는 내 이웃이요, 친구요, 가족이다.
오히려 인생사 쓰레기는 민초들의 고혈을 짜는 정치 관료들이다. 공적자금을 흥청망청 도둑질하듯 쓰고도 실실 웃는 기업가와 그들의 똘마니 노릇이나 하는 사정당국이다. 떡검, 견검, 변검, 스폰서검, 그랜저검으로 불리더니 그것 가지고는 명예를 드높이는데 양이 차지 않았나 보았다. 이번엔 전모(30)검사가 집무실에서의 유사성행위로 성검(性檢)을 보태니 명실상부한 6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사기마왕 이명박 정권의 추한 쓰레기들의 자화상이다.
그리고 또 하나 더 나이 들면 얼굴에 그 사람의 인생이 나타난다고 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최후의 만찬을 그릴 때, 예수의 모델로 삼았던 사람을 훗날 배신자 유다의 모델로도 선정한 걸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한다.
그러하듯 요즈음 정치판을 보면 가관이다. 젊어서도 못된 짓 골라 하더니 늙어서는 그 욕심이 덕지덕지 더 붙은 얼굴이다. 티비를 보면 다 늙어 찌그러진 추한 얼굴들이 썩기 직전의 쉬어빠진 냄새 풀풀 풍기는 두목에게 빌붙어 뭐 얻어먹을 게 없을까? 침을 흘리고 있다. 쉰 목소리로 어이박가(御李朴歌)를 부르고 있다. 그 정재관계 퇴물들이 또 인생사 꼴 볼견인 쓰레기일 뿐이다.
언젠가 김영삼이가 전두환에게 골목강아지라고 하니까, 전두환이는 김영삼에게 주막강아지라고 했었다. 골목 강아지나, 주막 강아지나 듣는 강아지는 기분 나쁘겠지만, 인간 이하의 추한 개 같은 자들이 군림하는 세상이 결코 다시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번 2012년 대선판에 모인 한쪽 인간들의 면면을 보니 또 딱 그 꼬라지들이라는 거다.
왜놈들이 물러가면서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지금은 간다만 50년 뒤엔 우리가 다시 돌아오마’ 했다는데, 이 쓰레기들이 바로 그 왜인들을 추종하는 친일파들 아닌가? 이번 대통령을 잘 뽑아야 하는 당위성이 이 지점에 있음을 민초들이 알아야 하는데….
아무튼 복숭아꽃 향기는 청초한 여인의 체취처럼 낭만의 향기요, 천하지 않은 당당함이며 이 세상 으뜸가는 고귀함이다.
어쨌거나 능주는 봄이면 붉은 도화꽃이 만발한다. 온 산천을 붉게 물들이니 지상에서 보는 천상의 풍광이다. 아름다운 고향 마을의 대명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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