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백두산
<대성중학교 윤동주 시비>
1. 이름
‘백두산 벋어내려 반도 삼천리’
어린 시절 머시매, 계집애 사이좋게
이 노래 부르며 고무줄 놀이할 때
백두산은 우리 산이었다.
웅녀 할머니가 사나운 호족을 품에 안은
신령스런 우리 겨레의 성산이었다.
백두산이라고 부른다.
창바이산(長白山)은 중국이름이다.
금강산이 봄엔 금강이요
여름 봉래, 가을 풍악, 겨울 개골산인 것은
그 아름다움과 빼어남 때문인데
백두산은 주인이 여럿이어서
이름이 다른가보다.
그걸 곰곰이 되새기던 날
백두산은 활화산
폭발하여 분출하니
온통 가슴에 검붉은 화산재다.
2. 위치
백두산
웅녀 할머니가 하늘을 열고
단군 할아버지가 땅을 펼쳐
할아버지, 할머니가 씨를 뿌리고
아버지, 어머니가 열매를 거두어들이던 곳
북만주 너른 들과 구름꽃 피는 개마고원까지 거느렸는데
지금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량강도 삼지연군과
중화인민공화국 지린성(吉林省)에 걸친 휴화산
여러 차례의 폭발분출을 한 성층화산이다.
천지를 내려 보는 장군봉은 높이 2,750m
한반도에서 가장 높은 산
백색(白色)의 부석(浮石)이 얹혀 흰 머리
백두산(白頭山)이라 부르는데
지금은 문서에 글자로만 남아 있는
대한민국의 산
3. 봉우리
백두가 한 번 발을 쭉 벋어 대간(大幹)을 여니
천황봉을 올려놓고 지리산이 앉았다.
그래서 백두산은 한반도의 성산이요, 어버이산이다.
남과 북에 금을 그어도 땅은 한 덩이다.
2500m 이상 되는 봉우리 중
장군, 비류, 쌍무지개, 와호, 해발, 망천, 제비봉은 북한 쪽
천문, 철벽, 용문, 녹명, 차일, 자하, 백운, 청석봉은 중국 쪽
제운봉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에 있다
내 나라 내 땅을 밟아 못가고
지금은 남의 땅 중국 땅 밟아 오르니
북파(北坡), 서파(西坡)는 물론이요
북한과 경계인 남파(南坡)까지도
중국의 땅 밟아야 오르는 백두산 고갯길이다.
북한 땅 동파(東坡)밟아 올라
천지와 입맞춤
중국 땅 북파, 서파, 남파 밟아 올라
천지와 눈맞춤
슬프지만 어찌하랴?
천지(天地)가 다 사람 사는 땅이라 스스로 달래며
부석(浮石)을 인
천지(天池)의 봉우리 끌어안으니
시베리아 호랑이 만주벌판 달려오고
백두 곰은 천지에서 목욕을 한다.
4. 화산 폭발
상단부 길이 약 5km 화구 깊이 약 850m
가마솥과 같은 칼데라(caldera) 화산
1413년, 1420년, 1597년, 1668년
1702년에 천지를 중심으로 화산재와 가스를 내뿜었으니
조선실록은 기록한다.
‘세종 2년(1420년) 5월 천지의 물이 끓더니 붉게 변했다.
소떼가 크게 울부짖었고 이러한 현상은 열흘 이상 지속됐다.
검은 공기는 인근지역으로 가득 퍼졌다.’
‘현종 9년(1668년) 4월에 한양과 함경도 등 일대에
검은 먼지가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숙종 28년(1702년)6월
한낮에 함경도 지역 일대가 갑자기 어두워지며
비린내가 나는 황적색 불꽃이 날아왔다.
같은 날 인근 지역 현성에서는
연기가 가득한 안개가 갑자기 북서쪽 지역에서 몰려오고
사방에서 나는 생선 썩는 냄새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눈송이 같이 날아다니던 재는 1촌(약 3cm) 두께로 쌓였고
재는 마치 나뭇조각 같았다.’
이후 백두산은 1903년 마지막으로 분화한 후
지금 100여년 넘게 화산활동을 쉬고 있지만
발해가 화산 폭발로 역사에 그 이름을 지웠다고도 하고
고려가 후삼국을 통일하고 청자문화를 꽃피우던 10세 중반 무렵
화산재가 일본의 홋가이도, 혼슈까지 날아가 쌓였다 한다.
칼데라 아래 2500m 끓는 마그마가
백두 봉우리를 일년에 3mm씩 솟아오르게 하고
비룡(장백)폭포 아래 온천수 온도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어
순천자는 흥이요 역천자는 망이라 하였거늘
자연을 다스리려는 어리석음의 기록
다시 또 실록에 남겨질까 두렵다.
물길을 틀고 강바닥을 파헤치니
어찌 하늘의 노여움을 모르는가?
백두가 분노의 불길을 내뿜었다
천지 가득한 물이 일시에 온 산천을 덮어 길을 열었으니
땅에 굴을 파고 사는 쥐새끼뿐만 아니라
나무에 의지해 생을 유지하는 생명체들도
모두 그 이름을 지웠다.
5. 천지
서력으로 969년 고려 광종 임금 때
크게 폭발 분출하고 화구가 가라앉아 물이 고였으나
천지수는 그냥 물이 아니다.
백두를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요, 젖줄이다.
12~14km의 원주 모양
평균 깊이 213m, 최대 수심은 384m
10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하늘 못(天池)이다.
2750m 백두의 최고봉인 장군봉에서
1800m 하늘 못까지는 비스듬한 내리막길
만년설이 하얀 사탕처럼 박혀있는
행여 들꽃송이 밟을세라 살펴서
그 길을 내려가
두 손바닥을 동그랗게 오므려 물을 떠 마신다.
이가 시려도 몸은 뛰어갈 듯, 마음은 날아갈듯
지금은 빼앗긴 남의 땅이다, 꿈을 깨지만 달다
천지의 생명수가 북쪽 달문으로 흘러내리니
우렁찬 굉음 70m 높이의 비룡폭포다.
쑹화강(松花江, 숭가리강), 압록강(鴨綠江)의 근원이고
두만강(豆滿江)이 되어 동해에 이른다.
2500m 높이의 16여개의 봉우리를 거느리고
일년 260일 이상을 안개로 휘감아 얼굴 가린
하늘 못 천지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
가여운 사람을 보듬을 줄 안다.
이 땅도 저 땅도 아닌 간도에서 말달리던 선각자
압록강물 수통에 담던 이름 모를 병사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젖던 뱃사공아
삼대에 공덕을 쌓아야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백두산 천지가 노래를 부른다.
6. 기후
그 맑던 하늘 어디서 구름이 몰려왔는지
물은 끓어 요동치고 천지는 암흑이었다.
옆 사람 모습도 손잡아 알게 하더니
순식간에 시리도록 맑은
천지가 파란 얼굴을 내비쳤다.
산 정상 연평균 기온은 -8.3 °C
여름 18°C, 엄동기는 -48°C까지 내려간다.
평균풍속은 초속 11.7 m
12월에는 17.6m의 강풍이 된다.
평균 습도 74%, 연강수량은 600mm 정도
눈이 1400mm 내리고 영하의 온도인
연중 8개월은 입산이 통제된다.
돌개바람인들 막으랴?
한 손으로 모자 붙잡으면
한 손으로 사진기 셔터쯤 넉넉히 누른다.
폭우인들 막으랴?
설마(?)하고 비갠 틈에 손전화기 번호 누르니
목소리가 봉숭아 씨처럼 툭 터져 날아간다.
백두산 천지와 한반도 남쪽 끝의 거리가 바로 귀다.
돌개바람인들, 폭우인들 두려우랴?
인간의 이기가 그어놓은 금
그 금을 못 넘어
백두고원 삼림위로 흘러가는 흰구름 보며
천지 못가에서 얼굴도 모르는 그 사람들과
김밥 한 줄 나누고 싶어 달려가는
백두산! 오늘도 꿈을 꾼다.
7. 국경
1792년(숙종 38년)
조선과 청나라가 국경을 정하기 위해
청나라의 제안으로 정계비를 세워 국경을 확정하니
백두산 정상에서 남동쪽으로 약 4km 지점
해발 2150m 압록(鴨綠)강과 토문(土門)강 분수령에 세워졌다.
청나라는 토문강이 두만강이다.
그러니 간도는 중국 땅이다고 우기고
조선은 토문강은 송화강 상류이고
두만강은 그 발원이 정계비에서 수십 리 밖 지점이므로
간도는 우리 땅이라고 주장했으나
조선 놈도 청나라 놈도 아닌 싸가지 없는 놈
일본 놈이 청일전쟁 후 남만주철도부설권을 얻는 대신
두만강 위쪽 북간도와 압록강 위쪽 서간도
기름지고 너른 들 간도를 청에 넘겨버렸다.
오욕의 역사를 보태어 기록하더니
1931년 만주사변 직후 그 일본 놈이 아예
백두산정계비까지 없애버렸다.
그 치욕의 한(恨)
왜 식민지 36년도 모자라, 친일청산은커녕
다가끼, 쯔끼야마, 가네야마 친일파가 드글드글
못잊어 생각이 나는 걸까? 천황이라 칭하며
쥐새끼처럼 일왕 생일잔치에 나들이 하는 인간들
국경은 땅에 그어진 금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무지와 패악에 그어진 금이다.
퉤!
한국전쟁 후 북한과 중국은
백두산과 천지를 반으로 나누었다.
1962년 10월 12일 평양에서 체결한
북중국경조약(朝中邊界條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김일성((金日成 1912,4,15~1994,7,8)
중화인민공화국의 저우언라이(周恩来 1898,3,5~1976,1,8)가 서명
1964년 3월 20일 의정서를 교환 발효되었다.
이제 또 전쟁이 있고 나면 한반도
어느 나라가 찢어 먹으려 침 흘리고 있을까?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일까?
삼국시대처럼 고구려 땅 뉘에게 갖다 바칠까?
천년이 지났어도 매 한가지 팔자련가?
2010년 압록강 위하도를 중국에 넘긴다는데
믿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 내 것, 네 것 따지는 전쟁
다시 있어선 안 된다.
백두산과 천지에 발이 달려 있지 않으니
어디로 도망가는 것 아니다.
억겁을 그랬듯이
우리가 마음으로 사랑한다면
백두산은, 천지는
천년, 만년 우릴 기다릴 것이다.
8. 폭포와 풍광
비룡(飛龍)폭포
남의 땅 빌려 오르니 장백폭포라 이름을 달고 있다.
이름이야 뭔들 어떠랴?
용문봉과 철벽봉 사이 달문(땅문)을 나와
하늘로 오르는 다리 승사하(乘磋河) 지나
67m 높이 비보라를 일으키고
이도백하로 흘러가다 4km쯤
정계비 세워놓은 그곳에서
송화강 상류인 토문강과 압록강이 나누어지고
한 줄기는 땅속으로 스며들었다 두만강이 되어 나온다.
지금은 중국 땅이다.
장군봉 아래 300m쯤 계곡에서 하늘 못이 샘물로 솟아
바위벽으로 떨어져 1단 높이 6.7m, 2단 높이 4m, 3단 높이 7.2m
3단 폭포가 되었으니 사기문폭포라 하고
이 폭포물이 아름다운 천지들의 야생화를 보려고
거의 직선으로 된 급경사의 골짜기를 따라 바삐 흐르다
다시 또 폭포가 되어 떨어지며 햇살에 무지개를 피우니
높이 18m, 폭 0.8m 백두폭포
북한 땅에 있어 다 압록강의 근원이 된다.
높이 40m 백두밀영폭포
두개의 폭포가 가지런히 떨어지는 형제폭포
물이 벼랑 중턱에 뚫린 구멍에서 쏟아지는 리명수폭포
이들 세 폭포도 북한 땅을 밟아야 만난다.
동쪽으로 머릴 돌려 두만강이 되는데
모두 다 우리 폭포라 말하고 싶지만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 가슴만 멍멍하다
아! 해가 뜬다
한반도의 아침 해가 뜬다
황홀하고 신비한 빛, 웅장하고 장엄하다
순식간에 붉은 빛으로 변하는 절경의 세계
이름 들어 반갑고, 이름 몰라도 아름다운
봄, 여름, 가을꽃이 함께 피어나
하늘 못 푸른 밭 수놓으니
그냥 낙원이다.
비 내리면 돌개바람 천지 물 휘감아 올려 용처럼 날고
비 그치면 쌍무지개 창공에 사다리 놓으니 하늘 길이다
자랑스런 백두산의 풍광!
9. 동물과 식물
시베리아 호랑이도 곶감을 무서워할까?
검은담비, 수달, 표범, 사향노루, 사슴, 백두산사슴, 산양
천지의 괴물일지도 모르는 큰곰 등 네발 달린 짐승
천연기념물 삼지연메닭(348호), 신무성세가락딱따구리(353호)
특별보호대상 멧닭, 세가락메추라기, 북올빼미, 긴꼬리올빼미,
흰두루미, 재두루미, 원앙, 청둥오리, 붉은허리제비,
숲새 등의 조류
북살모사와 긴꼬리도마뱀 등의 파충류
무당개구리, 합수도룡뇽 등의 양서류
너무 차가워 생명체가 살기 어렵다는데
천지에는 오색 무지개 빛 천지산천어가 살고 있다.
쭉쭉 벋어 백두산의 삼림을 이루는 멋쟁이 잎갈나무
백두산 자작나무, 분비나무, 가문비나무, 종비나무, 좀잎갈나무와
흰병꽃나무, 구름꽃다지, 백리향, 만삼, 왜당귀가 지천에 피고
빙하기 이후 고산조건에 적응했다는
매저지나무, 들쭉나무, 백산차 등 냉대성 관목들
담자리꽃나무, 시로미, 물싸리, 두메김의털, 장군풀,
산할미꽃, 두메아편꽃, 큰산싱아, 각씨투구꽃,
끈끈이주걱, 두루미꽃, 눈사버들,
구름국화, 바위구절초, 만병초 등 한대성 꽃
금방망이, 삼잎방망이, 자주꽃방망이, 무수해,
황기, 부채붓꽃, 손바닥란, 동의나물, 분홍노루발풀,
왕바꽃, 메바꽃, 구름범의귀풀, 물매화 등
냉대성 꽃들이 군락을 이루니
긴 추위가 다가오기 전 여름 한 철에 몰아서 피어난다.
백두산이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건
그들이 있어서이다.
백두산은 한반도의 씨종자이다.
10. 2010년 12월
2014년, 2015년 쯤
백두산의 화산이 분화할지도 모른다.
2003년 이후의 활발한 지진현상과
지하 2~5㎞ 하부의 화산지진 증가
온천수의 수온이 최대 83도까지 높아졌고
화산활동 직전에 나타나는 헬륨과 수소 등
가스의 증가로 초목이 고사되고
천지 주변 외륜산 일부 암벽은 균열 붕괴 되었다.
천지에 담긴 20억t의 물
지하 마그마와 만나면
규모 7.5 강진과 천지에 해일이 일어
두만강, 압록강, 쑹화 강 유역
북한의 양강도와 함경북도
중국의 지린성을 홍수가 덮친다 한다.
한반도를 1미터 두께로 덮을 만큼의 엄청난 화산재
검은 비가 쌓이고 생명체는 사라진다.
무섭다
하지만 그래도 전쟁보다야 났겠지.
어찌 제정신 가진 인간이
총칼과 포탄으로 사람을 죽이자고 하는 것인가?
쥐같은 짐승이야 배고프면 제 동족도 잡아먹는 다지만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짓이 아니다.
미치지 않고선 그런 말 할 수 없다.
2010년 한 해가 가는 끝자락에
이 땅의 괴물들이 입만 열면 외치는 전쟁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백두산이 심상치가 않다.
억겁의 세월을 살며
온갖 생명체를 품고 살려온 산
백두산이!
꿈으로나마 백두산을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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