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짜기를 벗어나 강물이 흐른다. 그 강물은 너른 평야를 지나기도 하고 뜻하지 않게 폭포를 만나기도 한다. 휘몰아치는 비바람에 흰 물결로 일렁이기도 하고, 그림같이 고요한 흐름으로 구름과 별들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뭇가지가 움직이지 않으려하나 바람이 불고, 강물이 잔잔하게 흐르려하나 자연의 조화가 그냥 내버려두지를 않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의 이치이듯 우리도 난고 김병연의 삶과 시의 세계로 온전히 들어가기 위해서 먼저 그가 살았던 시대를 폭넓게 둘러볼 필요가 있다. 크게는 그를 둘러싼 시대적 상황이, 작게는 시시콜콜한 주변의 환경이 한달음에 갈 수 있는 길도 힘들고 외롭게 했으리라. 구불텅구불텅 그의 삶을 요리조리 굴절시키고, 발길을 붙잡아 머언 길 걷게 하였음은 자명한 일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삿갓 선생이 그 시대적 상황에 어떻게 순응하며 살았을까? 그 삶의 외피에 둘러싸인 내면의 진정한 흐름은 과연 무엇일까? 숲만 보고 나무를 못 보는, 아니면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삿갓 선생이 어떻게 발걸음을 옮겼는지 뒤따라 가볼 필요가 있다.
특히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보면 삿갓을 둘러쓰고, 동가숙 서가식 했던 삿갓 문인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삿갓 나그네는 아니었을지라도 수많은 기행 시인들이 있었으리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행적과 문학이 삿갓 선생의 삶과 문학에 끼어들고 덧칠이 되었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삿갓 선생의 행적이 왜곡 되고 변질되기도 했을 거고, 그의 시도 가감이 되고 변형이 되었을 수도 있다.
암행어사의 뛰어난 활약상이 어사 박문수의 영웅적 행위로 합류되어 인구에 회자 되고 있음이 좋은 사례다. 조선 말엽의 과객문인들, 당시의 여러 기인들의 행적과 문학도 역시 고스란히 삿갓 선생의 삶과 문학에 혼재되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삿갓 선생이 뛰어나고 빼어난 사람이었다는 걸 객관적으로 증명하는 것이고, 그게 선생의 삶과 행적을 이해하는데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게 또 장점이기도 하다.
비교적 소상히 그의 삶과 행적이 드러나 있는 것은 그가 당시의 백성들, 소외받고 억눌린 민초들에게는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글께나 하고 밥술께나 먹는 벼슬아치나, 거들먹거리는 지방토호나 유지들에게도 삿갓 선생은 그리 싫은 사람은 아니었을 거다.
몰락한 양반, 나락에 떨어진 선비의 초라한 행색을 보며 반대급부의 만족감을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삿갓 선생의 행적을 즐겨 이야기하며 즐거워하고, 그가 쓴 시들을 암송하고 아는 척 하며, 서당의 학동들은 과거시험의 교재로까지 사용했다고 한다. 또 그 덕분에 우리는 꽤 많은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소상히 구비 되어오는 그의 삶과 시, 그의 인생과 문학의 세계를 가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우리는 당시의 시대상황을 여러모로 살펴보면서 삿갓 선생의 인생행로와 꿰맞추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 그의 삶과 시를 논해도 늦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 그럼 먼저 삿갓 선생이 살았던 당시의 시대를 둘러보기로 하자.
<삿갓 선생이 머물적에 협선루가 있었던 화순 동복현청, 지금은 당연히 동복면사무소>
<동복현청 협선루에 올라 삿갓 선생은 '아침에 군루에 올라'라는 시를 지었다>
<동복면 소재지인 독상리 석등을 모신 집. 면사무소 들머리에 있다>
<석등 설명서>
<석등 앞의 잘난 사람들의 공적비>
<조선 시대 동복현에 있었던 남덕원역원비>
<육상교통의 요지였다는 표지석이리라.>
<동복 오씨 시조 신도비>
<최산두 선생 유허비>
<고려 동복삼 유래비>
<항일 독립투사비>
<광주학생독립운동 기적비>
<동복 한천 농악비>
<이 모든 비들을 한데 모아 놓았다. 오씨 신도비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이 광주 무등산이다>
<동복면 들머리에 있는 고인돌>
<고인돌에서 바라본 동복면. 항아리산 옹성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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