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동화

쇠족과 곰족 - 두번째

운당 2007. 12. 6. 09:13
 

<찬겨울 눈보라 이기고 붉은 꽃 피울 게다. 대통령이 너 꽃 피우지 말어! 호령해도 무심코 꽃 피울 게다.>

 

 2

“이제 곰족에게 복수할 때야. 그 날 처절하게 당한 부모님들의 원수를 갚고 쇠족의 무서움을 보여줄 때가 온 거야.”

여기는 쇠산 골짜기입니다. 젊은이들 몇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있습니다.

모두들 등에는 활과 화살통을 짊어졌습니다. 손에는 햇살에 번뜩이는 날카로운 도끼와 칼, 창을 들었습니다.

“그래, 맞아. 마을의 어른들께서도 이제 때가 됐다고 했어. 이번에 둥근 달이 작아져서 제 몸을 완전히 숨기는 날을 택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어.”

곰족이 쇠족을 침략한지도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마을의 어른들은 흰눈이 쇠산을 덮는 계절이 서른 번도 더 지나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을의 어른들은 그 날 곰족의 침략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입만 열면 곰족에게 원수를 갚아야 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동안 꾸준히 전쟁 준비를 해왔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곰족에게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쇠족의 젊은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우리 이렇게 있을게 아니라, 싸움 대장님을 찾아뵙기로 하자.”

“그래, 그게 좋겠어.”

젊은이들은 쇠족의 싸움 대장을 찾아갔습니다.

“나도 자네들의 생각에 찬성이야. 곰족에게 원수를 갚아야겠다는 맘으로 지난 삼십년을 살아왔지.”

싸움 대장의 눈앞에 지난 일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아기 때에 부모님을 곰족에게 잃고 암소의 젖을 먹고 자라야 했습니다.

그 뒤로도 곰족은 여러 차례 더 쳐들어왔습니다. 그럴 때마다 애써 지은 농사와 가축을 빼앗아갔습니다.

하지만 쇠족 사람들도 곰족의 침략에 준비를 단단히 했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죽는 일은 없었습니다.

또 곰족의 침략이 있을 때면 언제나 앞장서서 용감히 싸우는 젊은이가 있었습니다. 바로 암소 젖을 먹고 자란 젊은이였습니다.

그 젊은이는 마침내 쇠족의 싸움 대장이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곰족의 침략이 뜸해졌습니다. 쳐들어왔다가 오히려 쇠족에게 큰 코를 다치고 쫓겨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말야…….”

싸움 대장은 말끝을 흐렸습니다. 얼굴에 깊은 그늘이 졌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싸움 대장님!”

“이제 우리 쇠족을 이길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싸움 대장님 무엇이 두렵습니까?”

젊은이들의 다그침에도 한동안 말이 없던 싸움대장이 무겁게 입을 열었습니다.

“어젯밤 나를 찾아오신 분이 계셨어. 날 키워주신 분 말야”

지금부터 삼십 년 전의 일입니다. 쇠산 깊숙이 숨어서 소를 키우며 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이 키우고 있던 암소 한 마릴 끌고 쇠족 마을에 내려왔습니다. 곰족이 쇠족을 침략한 날 아침이었습니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어머니의 주검 앞에서 울고 있는 아기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그 아기에게 자기가 데려온 암소의 젖을 먹였습니다.

“그 분은 싸움을 싫어해서 쇠산 깊숙이 사시는 분이잖아요?”

“그 분은 곰족도 우리 쇠족과 똑같은 사람이라고 말하지요. 그래서 마을 어른들이 몹시 싫어하잖아요?”

“마을 어른들은 곰족을 죽여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했어요. 곰족에게 원수를 갚는 길은 전쟁뿐이라고 했어요.”

“하지만…….”

젊은이들은 싸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겠다는 투로 말에 힘을 주었습니다. 그런 젊은이들의 말소리에 겹쳐 싸움 대장의 귀에 어젯밤의 이야기가 자꾸만 맴을 돌았습니다.

‘싸움터에서 죽는 게 어디 젊은이들뿐인가? 여자와 아이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 갈 거야.’

‘그 뿐인가? 이번 싸움은 또 다른 싸움의 시작이 될 거야.’

‘마을의 어른들이란 사람들의 자식들을 보게나. 다들 자기 자식은 싸움터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벼슬자리에 앉혀놓았지 않은가? 그러고도 무슨 얼굴로 걸핏하면 전쟁을 하라고 한단 말인가?’

‘애꿎은 젊은이들을 죽음의 싸움터로 내몰아서는 결코 안 되네.’

싸움 대장이 지난밤의 이야기를 되새길 때였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한 젊은이가 달려왔습니다.

“싸움 대장님! 마을 어른들이 회의장에 모여 계십니다. 대장님을 부르십니다.”

싸움 대장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올 것이 왔다는 얼굴로 회의장으로 갔습니다.<계속>

'민족통일동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쇠족과 곰족-마지막  (0) 2007.12.07
쇠족과 곰족-1회  (0) 2007.12.05
찹쌀떡과 얼음보숭이  (0) 2007.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