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쟁인가 살육인가

운당 2023. 10. 27. 13:35

전쟁인가 살육인가

 

요즈음 스나이퍼 영화를 자주 본다. 스나이퍼는 군사 용어로 저격병이다. 이 저격병은 먼 거리에서 자신을 노출 시키지 않고, 적의 주요 인물 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스나이퍼 계열 영화 중 주인공 으로 키넌 아이보리 웨이언스가 열연하는 모스트 원티드가 있다.

내용은 걸프전에서 비롯된다. 상관 살해 혐의로 수감됐던 던은 형 집행 장소로 가던 중에 케이시 중령에 의해 제약회사 대표인 빅하트 암살 작전에 투입된다. 빅하트를 저격할 장소는 빅하트와 대통령 영부인이 참석하는 재향군인 병원 개원식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빅하트 대신 영부인이 암살당하고, 던은 영문도 모른 채 암살범으로 몰려 군견에 쫓긴다. 누명을 벗기 위한 갖은 우여곡절 끝에 던은 사건 현장을 촬영한 테이프를 확보하지만 사건 수사를 맡은 우즈워드 장군은 테이프 내용을 조작한다. 비밀 작전의 지휘자인 케이시가 바로 우즈워드 장군이었던 것이다. 우즈워드는 잘 못 만든 백신을 군인들에게 투여했고, 이 사실을 영부인이 폭로하려 하자 암살했으며 그 죄를 던에게 뒤집어씌운 것이다.

참으로 스릴과 통쾌감을 맛보게 하는 영화인데 던이 사형수가 된 사연이 또 감동적이다. 걸프전에서 물품을 운반하는 적 사살 명령을 받은 던은 방아쇠를 당기지 않는다. 그 적이 10살짜리 소년이었기 때문이다. 이 명령을 어긴 일로 격분한 상관과 몸싸움을 했고 총기 오발 사고가 났던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요즈음 우리 사회와 바다 건너 나라의 일이 떠올랐다. 따라서 이 글을 쓰는 것은 스나이퍼 영화를 소개하고 선전하고자 함이 아니다.

아무튼 먼저 해병대 채 상병 사건이다. 채 상병은 지난 719일 경북 예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순직했다. 그리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던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보고서를 결재했다가 다음 날 돌연 결정을 뒤집었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은 이 과정에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박정훈 대령이 항명 혐의로 입건되고,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재검토하면서 사건은 권력의 수사 외압·방해로 번졌다. 또 채 상병과 함께 물에 휩쓸렸던 채 상병의 선임하사가 1025일 전역하며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상죄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소한다고 했다.

귀신 잡는 해병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던 해병대이다. 그런데 이 채 상병 사건은 해병대 지휘관들의 눈치보기, 책임 떠넘기기 등이다. 만약 스나이퍼 던이 이 비겁한 상관들을 만났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저 영화 속 상상력이지만 신뢰라는 말이 뇌리를 맴돈다.

두 번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뉴스를 집어삼킨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다. 아니다. 이는 전쟁이 아니라, 어린이 살육전이다.

1026일 각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가자지구 어린이 사망자가 러·우 전쟁 535명을 넘어 2704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1%라고 한다. 가자지구의 물과 연료가 바닥나고 의료 체계가 붕괴되어 어린이 사망자는 더 급증할 것이라고 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인들은 56년 동안 숨 막히는 점령에 시달려 왔다고 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집단적 처벌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즉각 휴전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분단국가이다. 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적을 응징하는 스나이퍼도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채 상병 상관들의 옹졸하고 비겁함, ·우 전쟁, 하마스와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어린이 살육은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전쟁은 이기는 편도 지는 편도 없는 그저 살육일 뿐이다. 고통에 신음하는 어린이들의 비명소리, 해맑은 눈동자에 매달린 눈물에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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