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자승자살’
올 대학교수들의 사자성어는 ‘견리망의(見利忘義)’ 이다. 이렇게 연말이면 올해의 사자성어, 국내외 10대 뉴스 등이 인구에 회자된다. 이는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따라 실천하고, 결과를 점검하며 나아가는 인간의 습성 때문일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는 연유이다.
그런 생각에 한 해를 돌아보니 좋음보다 분노가 치솟는다. 좋은 세상은 대통령, 장관, 자치단체장 이름을 모르는 사회일 것이다. 그런 세상은 ‘우리 대통령, 우리 장관, 우리 시장, 군수!’ 등 이름이 모두 ‘우리’가 되기 때문이다. 그리 아쉬움을 달래며 지난 일을 반추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부르짖어도 ‘쇠귀에 경 읽기’라는 생각에 한숨이 먼저고 절망이 뒤를 따른다.
첫째는 세계 잼버리이다. 이 대회는 1920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한 보이스카우트의 세계야영대회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제17회 대회를 강원도 고성군에서 개최했고, 치열한 유치 경쟁 끝에 제25회 대회를 2023년 8월 1~12일까지 새만금에서 개최했다. 코로나 19 이후 처음인 이 잼버리에 세계 158개국, 청소년 4만 4381명이 참여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은 주무장관이 야영 대신 호텔에서 숙박하는 등 한 마디로 주막집 젓가락 장단인 ‘니나노’ 운영이었다.
최악인 야영장 위생상태는 단체 온열 질환 발생 등 여러 논란으로 이어졌다. 스카우트연맹 사무총장 ‘아흐메드 알헨다위’ 씨는 ‘잼버리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엄청난 도전에 직면했다.’라고 한탄했고, 국내외 언론은 물론 세계인의 혹평으로 망신을 샀다. 설상가상 태풍 카눈으로 새만금에서 조기 철수하는 등 미숙한 대응은 국가의 자존이 의심스러운 민망함이었다.
잼버리로는 부족했다. 윤석열 정권이 호언장담했던 2030 세계무역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전도 대참패로 막을 내린 게 두 번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가 어쩌고저쩌고, 2차에서 역전승을 노린다는 ‘장대한 꿈’은 김칫국의 ‘헛된 꿈’이자, 대 국민 사기극이 되었다.
새만금 잼버리 총사업비는 1171억이고 이 중 34% 399억은 참가 대원들이 낸 참가비다. 그런데 부산 엑스포는 총 5744억이니 우리가 얻은 29표, 그러니까 1표 값이 198억이다. 대통령 해외순방비만도 6백억에 이르니, 푯값은 더 늘어난다. 모두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이다. 해외순방길 명품 논란, 흥청망청 폭탄주, 그러면서 외교 역사상 이런 대접은 첨 받았다고 자랑을 늘어놨지만 어디 외교가 ‘우리 삼촌이 네 삼촌보다 쌈 잘한다’는 아이들 자랑대회인가?
세 번째는 중 자승의 방화 자살극이다. 자승은 거주하는 칠장사 요사채에 불을 질러 자살했다. 또 ‘제자들아’로 시작하는 유언에 ‘탄묵, 탄무, 탄원, 향림. 각자 2억씩 출연해서 25년까지 토굴을 복원하라’고 했다. 8억짜리 토굴이라니? 어안이 벙벙하고 중이 돈도 많구나 한다.
더욱 기가 막히는 일은 문체부 장관 유인촌이 정부를 대표해 자살한 자승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주러 간 것이다. 내 피 같은 세금이 나라를 위해 자살한 것도 아닌 방화범 중에게 쓰이다니, 올려다보는 하늘이 한동안 캄캄했다. 그 캄캄한 하늘이 노래지며 정부가 국민의 정부인지, 그냥 자기들끼리 정분을 나누는 정부인지 헷갈렸다.
마지막으로 전쟁의 우려이다. 북의 김정은은 ‘이제 조선 반도에서 물리적 격돌과 전쟁은 가능성 여부가 아닌 시점상의 문제’이다. ‘우리 군대는 이제부터 그 어떤 합의에도 구애되거나 속박되지 않고 정상적인 군사 활동을 마음먹은 대로 전개한다’라고 했다.
남녀노소 몇십만 명의 코를 베어 간 7년 살육왜란, 서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6·25 살육전쟁의 비극을 지금 하마스와 우크라이나에서도 보고 있으니 두 말이 필요 없다. 그래서 위 넷을 차례로 자존심 젬병, 승리 사기, 자승방화범, 살육전쟁으로 정리하면 ‘자승자살’이다. 참 서글픈 사자성어지만 견딤도 이김도 우리 몫이고, 우리 선택이다.
이제 2023년도 토끼 꼬리이다. 함께 따뜻한 감동, 꿈과 희망을 나누며 새해에는 하늘로 오르는 용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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