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레이트 월’은 미국과 중국이 2016년에 만든 판타지 액션블록버스터 영화이다. 60년마다 나타나는 괴물을 처치하는 주인공 윌리엄은 양손에 도끼와 활을 쥔 전사이다, 어릴 때부터 전장을 누빈 용병 윌리엄은 명예보다 생존과 돈을 위해 살아왔다, 하지만 그레이트 월을 지키는 무영금군의 용맹과 희생정신이 ‘신뢰’임을 깨닫고 자신도 그 신뢰로 거듭난다.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이 영화에 흐르는 담론은 그렇게 ‘신뢰’이다.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신뢰’를 바탕으로 살아간다. 지인끼리는 이 신뢰 하나로 금전을 거래했다. 또 그 채무는 일종의 은혜였다. 작은 채무는 명절 전에 갚으려 했고, 큰 채무는 죽어서라도 갚겠다는 마음이었다. 바로 문서가 필요 없는 상호 무한 신뢰였다.
죽어서도 은혜를 갚는다는 결초보은은 곧 신뢰이다. 그러니까 춘추시대 진(晉)의 대신 위주에게 젊은 후처가 있었다. 병에 걸린 위주는 아들 위과에게 자신이 죽으면 후처를 친정으로 보내라고 했다. 그러다 말을 바꿔 순장하라며 세상을 떴다. 위과는 아버지의 유언을 고민하다, 정신이 온전했을 때의 유언을 따르기로 했다.
훗날 위과는 전쟁터에서 진(秦)과 싸웠다. 하지만 적장 두회가 워낙 용맹하여 감히 맞설 수가 없었다. 결국, 패전의 위기에서 목숨까지 위태로울 때다. 적장 두회의 말이 갑자기 고꾸라지는 바람에 위과는 그를 사로잡아 큰 공을 세웠다. 이때 위과가 두회의 말이 고꾸라진 자리를 살펴보니 풀이 매듭지어져 있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서모의 세상을 떠난 친정아버지가 나타났다. 자신의 딸을 순장하지 않은 것은 물론 개가까지 도와주어 감사하다며 엎드렸다. 그 은혜를 갚으려 풀을 매듭으로 엮었다고 했으니 바로 결초보은의 유래이다.
그건 그렇고 우리 현실로 돌아와 보자. 어떤 사람이 ‘선제타격’이나 ‘자유’를 외치면 사람들은 처음엔 그 ‘말’에 홀려 주목한다. 그러다 그 말이 그저 술주정뱅이의 헛소리구나 하면 ‘신뢰’에 주목한다. 그렇게 말에서 신뢰로 주목이 옮겨가면 아무리 수백, 수천 번을 외쳐도 마침내 신뢰는 불신이 되고, 이어 멸시를 넘어 욕도 아깝게 된다.
그렇게 안타까운 현실이 눈앞에 있으니, 그중 하나가 바로 고등학생의 만화 그림에까지 시비를 거는 위정자들의 작태이다. 결국, 경찰이 신뢰 잃은 자의 빈집이나 지키며 정작 있어야 할 곳에 없었으니, 그 여파로 수많은 꽃다운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이 모두 무지, 무도, 무책임의 신뢰 잃은, 아예 신뢰란 없는 자들이 저지른 어이없음이니 곧 참사이다.
임진왜란에 남명 조식의 제자들은 의를 위해 일어섰다. 김면, 조종도, 정인홍, 이노, 전치원, 하락, 박성무, 이대기, 곽재우 등 그의 제자 50여 명이 의병장으로 활동했다. 바로 지도자의 말이 제자들에게 신뢰로 이어진 결과이다.
곽재우는 조식의 외손녀 사위였다, 이 곽재우가 1585년(선조 18) 과거에서 ‘임금은 모름지기 문무를 겸해야 한다.’라고 답안지에 썼다. 이 글을 읽고 선조는 ‘이는 무예를 익히지 못한 과인을 희롱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역정을 냈다. 당연히 낙방이었다. 그 선조는 전시작전권을 다른 나라에 넘긴 최초의 사례자이고 곽재우는 왜란의 의병장이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윤석열 후보는 선제타격을 외쳤다. 이제 그 말과 호기는 개한테 주기도 아깝고, 한국 해군이 일본 전범 욱일기에 거수경례를 한 것은 우리 가슴에 박은 대못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아무리 군 미필이라고 군을 사열하며 열중쉬어와 경례도 엉터리고, 더욱 히죽 웃으며 쌍따봉을 날리다니…. 10·29 참사에 위패도 영정도 없는 곳을 장삼이사로 떠돌다, 회의 석상에서 뜬금없이 몇 마디 웅얼거리더니 그걸 사과라고 한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총리는 외신회견에서 미소에 농담 따먹기는 덤이다. 결국, 잃을 신뢰도 없는 자들의 망언, 망동은 끊임없고, 우리는 그저 썩은 사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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