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여름 사랑의 서막 1
이 ‘여름 사랑 나합’은 나주 영산포 택촌마을 출생 아리따운 처자, 양도내기에 얽힌 이야기다. 양씨 집 처자로 태어나 도내기란 이름으로 크내기 시절을 보내고, 기녀가 되었다가, 당시 세도김문의 우두머리 김좌근의 후실이 되어 한 시대를 풍미한 나합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 양도내기, 그러니까 그 나합의 출생을 이서구가 예언했다고 들었다. 그걸 알고 있기에 나는 그걸 예언한 당사자인 이서구를 만나고, 나합에 대한 이야길 쓰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어르신! 이서구 대감님! 도솔천 천신님! 그 기회를 주신다면 제 일생일대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양도내기, 나합에 대한 사료는 전해지는 몇 가지에 불과합니다. 생각은 간절하오나 자신이 없습니다.”
“허어! 자네답지 않군. 이보게나. 요즈음 개그가 유행이라지만, 글 쓰는 자들을 보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네. 막장드라마, 표절은 그만두고라도 무엇보다 패기가 없어. 그러니까 작가라는 자들이 글로써 정의를 실현하질 않아. 오히려 가진 자들, 정치 모리배들과 야합하여 선비 정신을 망각하고 있네. 김동리, 조연현, 박종화, 유치진, 서정주 등 왜국의 식민지배를 찬양하며 백성을 배신한 자들, 그리고 그들을 추앙하는 자들이 대를 물리며 갑들의 눈치를 살피고, 스스로 갑이 되는 일에 몰두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자넬 선택한 거네. 자네의 장점은 무모함에 가까운 글 솜씨네. 쓰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열정이 있다는 말일세. 그래서 자네에게 양도내기의 뜨거운 사랑 얘기를 쓰게 하려는 거네. 참다운 글의 세계인 저항정신과 애민정신을 일깨우고자 함이네.”
“아! 어르신! 그래도 어찌 부족한 제가 감히 그런 큰일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세상의 도리를 깨닫게 하는 건 학문이요, 세상의 이치를 따지는 건 글이라네. 그래서 학문은 삶의 원천이요, 글은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지. 글을 잘 쓰고 못 쓰는 건 중요하지 않아. 자네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서슴지 않고 욕도 할 줄 아니 그게 바로 패기 아닌가? 그거 하나면 충분해.”
“그렇담 지금 제가 죽어서 이곳 저승인 도솔천에 끌려온 건 아니군요? 글을 쓰기 위해선 다시 사람들이 사는 이승으로 가야하니까요.”
“하하하!”
이서구는 용머리 지팡이를 들었다 쿵 내리치면서 크게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정신이 살아있으면 죽었어도 살아있는 거고, 반대로 정신이 죽었으면 살아있어도 죽은 거라네. 그러니 삶과 죽음 같은 것 걱정 말고 글을 쓰면 되네. 어때? 쓰겠는가?”
나는 대답 대신 벌떡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큰 절을 세 번 올렸다.
“좋아! 그럼 나를 따라오게.”
이서구가 앞장을 서고, 나는 뒤를 따랐다.
“여긴 내 거처일세.”
작고 아담한 집이었다. 천도가 열린 복숭아나무 한 그루와 기이한 꽃을 피우고 있는 꽃밭이 있고, 두 칸의 방에 책만 가득 쌓여 있었다.
말로만 듣던 선녀도 있었다. 향기로운 차와 얘기로만 듣던 천도를 가져왔다.
“먹고 마시게. 머리가 맑아질 걸세.”
꿈인가, 생시인가 모르겠지만 나는 천신들이 마시는 차를 마시고 난생처음 천도까지 먹었다.
“그럼,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게.”
“예!”
나는 다시 한 번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머리를 바닥에 닿게 절을 했다.
“허허헛! 너무 긴장하지 말게. 혹시 자네 노래나 춤, 영화 연극을 좋아하나?”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명박이와 박근혜 선거 때 송해, 유인촌, 최불암, 노주현, 이순재, 이미자 등의 행태를 보고 그들 일당들이 나오는 프로는 노래건 극이건, 광고건 보질 않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자네가 송해를 손해, 유인촌은 유인원, 최불암을 죄불알, 노주현은 노쥐여, 이순재는 이순대, 이미자는 이소불알이라 부른다지?”
“하! 어르신! 어찌 그런 것까지 다 아시는지요?”
“내가 다 조사했네. 이것이 그 문서 일세?”
이서구는 두툼한 문서철을 내 앞에 툭 던졌다.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등에서 식은땀이 주르르 흘렀다. 그 문서철에 술 먹고 골목에서 오줌 싼 것까지 세밀하게 기록이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다른 부끄러운 행적이야 두 말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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