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기행

호남가(湖南歌), 호남시(湖南詩)를 따라서 · 44

운당 2013. 7. 24. 09:04

호남가(湖南歌), 호남시(湖南詩)를 따라서 · 44

 

강진(康津)의 상가선(商賈船)은 진도(珍島)로 건너갈제

금구(金溝)의 금()을 일어 쌓인 게 김제(金堤)로다.

 

평화로운 고을 강진(康津) 나루에서 한 배 가득 짐을 실은 장삿배 상가선(商賈船)이 보배섬 진도(珍島)를 향해 간다. 애해라, 상사디야! 봇도랑 물길이 다 금 밭이로구나. 금구(金溝)의 금을 건져 쌓아놓으니 금무더기 김제(金堤)로다.

 

흰구름 나그네 또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길을 나섰다. 청산도 절로, 녹수도 절로. TV도 신문도 안 보고 살지만, 귀가 두 개라 두 귀를 다 막을 순 없다. 그러다 보니 세상사도 절로, 나그네의 생각도 절로다.

 

요즈음 NLL 얘기는 짜증나고 지겹다. 이런 놈의 나라가 국가인가? 한심할 지경이다.

더하여 태안의 해병대 캠프에서 유명을 달리한 고등학생들 사건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버리고 싶다. 우환 중에 세계 수영선수권 대회 유치를 위해 사기를 치고도 자랑스럽게 자랑하는 똘놈도 나왔다.

전과 14범인가 된다는 대마왕사기 쥐가 설치더니, 이제는 도처에 결과와 성과만 노리는 똘마니 사기꾼들의 기세가 등등이다.

한마디만 더하자. 똥인가, 변인가 하는 성을 가진 희한하고 재수 없는 놈은 빨갱이도 아니라면서 뜬 눈을 보니 시뻘겋다 못해 곤달걀인데, 주야장창 게거품을 입에 물어 하는 짓이 꼭 뜨거운 프라이팬 위의 버러지다.

그러니 이 무더운 염천에 민초들은 그 희한하게 재수 없는 버러지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에서 사면초가다.

눈이나 부릅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기꾼들 으름장에 가슴앓이는 기본이요, 신경쇠약증은 약을 먹어도 나을지 어떨지 모를 판이다.

이제 박정희의 남영동 대공분실 칠성판 고문까지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뭇잎만 굴러도 깜짝깜짝 놀라고 등골에 식은땀이 주르륵이다.

이러다가 진짜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참으로 살기 힘든 무섭고 험한 세상이다.

에라이! 사기꾼 놈들이 큰소리치는 더러운 세상, 잘 먹고 잘 살아라.

나그네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강진 땅을 찾아가련다. 너도 나도 한 평생, 천년만년 살줄 아느냐?

세상사 쓸 거 없느니라. 듣기만 해도 배부르고 등 따스운 호남가 한 자락을 불러나 본다.

 

풍성한 먹거리는 기본이라. 귀한 물건 가득 싣고 평화로운 나루터에서 보배섬으로 건너간다.

지국총지국총 어사화, 애해라 상사디야!’

 

강진은 온종일 쳐다보아도 포근하고 배부른 고을이다.

나그네는 강진에 이르러 제일 먼저 마천목 장군의 병영성을 들린다. 곡성 섬진강 도깨비살의 전설을 남긴 마 장군께 특별 부탁을 드린다. 남과 북, 동과 서, 갑과 을을 가르고, 그걸로 재미 보는 놈들을 잡아다 섬진강 도깨비들 놀이 감으로 주라고 말이다.

그 병영성을 둘러보고 서쪽을 향해 가니 작천이다. 작천에서 남쪽으로 오르는 고갯길 까치내재에 이른다.

이제 강진읍이 한 눈이다. 평화롭고 배부르다. 이 까치내재가 휘돌아 강진읍으로 내려가는 길에 신비스런 석문이 있다. 금곡사 들머리의 마주보는 바위벽 쟁계암(爭鷄巖)이다. 이곳에서 김삿갓이 시 한 수를 남겼다.

 

쌍암병기의분쟁(雙巖並起疑紛爭) 일수중류해분심(一水中流解忿心) 양쪽에 바위 우뚝 솟아 서로 다투는 줄 알았더니/ 물줄기 한 가닥으로 흐르는 걸 보니 근심 사라지네.

 

진짜로 싸울 줄 아는 놈은, 화해할 줄도 아는 놈이다. 그렇다고 낮에는 싸우는 척 하고 밤에는 술 마시며 희희낙락, 입만 열면 국민을 찾는 어떤 특정부류의 인간들은 가위표다. 그런 간나구 짓으로 까불다간 삿갓 선생의 죽장에 허리를 걸치거나 똥침을 맞고 병원 신세를 질 수가 있다.

 

하여간 더 배부르고 평화롭기 위해 금곡사 옆 임도를 따라 우두봉으로 오른다. 우두봉 바위에 기대어 내려다보니 장흥에서 흘러온 탐진천이 강진만으로 들어가는데, 그 강진만이 오른쪽 다리를 뻗으니 발이 해남에 닫는다. 왼쪽 다리의 발은 남해 마량항에 이른다. 고기 반 물 반이라는 강진만의 풍광이 구리빛 뱃사공 남정네련가, 봄바람에 연분홍 치맛자락 날리는 아가씨련가? 티 묻지 않은 사람의 형상 그대로다.

 

강진을 부르는 이름이 많은데 그 중 하나가 청자의 고을이다. 이 비색 청자는 한 마디로 신비스러움이다.

이 청자 도요지가 있는 대구를 들려 정수사로 간다.

정수사(淨水寺)는 말 그대로 맑고 깨끗한 물이 흐르는 곳이다. 이곳에 청목수라는 샘이 있다. 통샘이라고도 하는 이 청목수는 매년 한 차례씩 물이 솟구치며 넘쳐흘렀다 한다. 어느 해 달밤에 노 스님이 지나다 이 광경을 보고 물을 마시려는데 호랑이가 나타나 마시지 못했다는 알 듯 말 듯, 뜻 깊은 전설이 있다.

아무튼 이 청목수 물이 넘칠 때 마시게 되면 기운이 넘치고, 무병장수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 세상 힘 있는 갑은 마셔서는 안 되고, 우리 힘없는 민초가 마실 샘물이다. 고마우신 천지신명의 가르침이다.

1980518때의 슬픈 이야기다. 광주의 대학교에 주둔한 공수부대원들에게 수고한다고 시민들이 음식을 제공했다. 그런데 시민이 준 그 음식을 먹고 공수부대원들이 더 힘을 내서 학생들은 잡아다 개 패듯 팼다. 그러니까 강도에게 몽둥이를 쥐어준 것이다.

청목수 전설의 의미가 거기에 있는 듯싶다.

민초들 피 같은 세금으로 미국 가서 헛짓거리 했던 박근혜의 똘마니 윤창중이가 최근의 대표적 사례다.

 

또 이곳 정수사 골짜기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싸운 의병장 염걸(廉傑)장군의 전승지다. 장군은 두 아우 서()와 경() 그리고 아들 홍립(弘立)과 함께 이곳으로 왜군을 유인해 섬멸하였다. 이때 장군의 둘째 아우 경()이 전사 했으니, 나이 14세였다.

이분들 덕에 오늘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으로 원정출산 가는 부류들은 알리도 없고 생각도 않을 거다. 다 자기가 잘 나서 그러는 걸로 뻐기며 살 거다.

 

강진의 마지막 여정은 마량항이다. 이곳 마량에서 완도의 고금도, 약산도 등 두 개의 섬이 연륙, 연도가 되었다.

아름다운 남해의 항구 마량, 세상사 번잡함을 버리고 몸과 마음의 평화를 능히 얻을 수 있는 고을이다.

 

물도 퍼내면 줄 듯 마음도 퍼내면 텅 비기 마련이다. 황금만능의 세상이지만, 그 무엇으로도 행복을 사서 마음에 채울 수는 없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의문이 들거든 강진 마량항으로 오시라. 그대의 고단한 몸 쉬어가시라. 다시 채워가시라.

 

풍성한 먹거리는 기본이라. 귀한 물건 가득 싣고 평화로운 나루터에서 보배섬으로 건너간다.

지국총지국총 어사화, 애해라 상사디야!’

 

<강진읍으로 가는 까치내제의 금곡사 들머리>

<김삿갓 시비>

<강진의 정수사>

<의병장 염걸 전적비, 14살 동생이 이곳 전투에서 순국했다.> 

<바깥 청목수는 세월에 묻혔고, 절집 안 청목수는 솟구친다. 욕심내지 마시고 드시면 된다.>

<마천목 장군의 전라병영성지 안내표지석>

<마량항, 오랜지빛 다리가 완도 고금도와의 연륙교>

<토요 음악제가 열리기도 하는 미항 마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