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Grab Lolita

운당 2013. 5. 30. 09:30

Grab Lolita

 

Cloud Kim

  

<19805월 두 학생이 차편이 끊긴 길을 터벅터벅

고향인 고흥을 향해 걸었다

갑자기 콩 볶듯 기관총 소리

두 학생은 혼비백산 정신없이 뛰었다.

한 친구가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다시 볼 수 없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임옥환

이제 남겨진 이름, 518 행불자(행방불명자).>

  

클라우드 킴! 오랜만이네. 사무실 얻었다는 소식 듣고 왔네.”

클라우드 킴의 사무실 앞에서 친구 만석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부러는 아니었지만 연락 끊어서 미안하네. 그나저나 전활하든지, 집으로 오지 그랬나?”

자네와 지난 해 12월에 술 한 잔 나눈 뒤, 여러 달 행방불명으로 소식 끊기고. 집보다 여기가 편할 거고. 아무튼 사무실 축하도 할 겸 이리 왔네.”

그래, 잘 왔어.”

클라우드 킴과 만석이는 오랜 친구다, 아마 50? 중학동창이니 말이다. 클라우드 킴은 교직생활 마치고 지금 자유인으로 살고 있다.

만석이는 상과대학을 나와 은행 행장을 거쳐, 지금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경력이 하나 있다. 1980518 때 도청 앞에서 사진을 찍다가 계엄군의 조준사격을 받았다. 복부에 관통상을 입었다. 곧바로 기독병원으로 실려 갔고, 봉합수술을 받고, 사망했다 살아났다.

총상환자는 그 총탄의 독 때문에 수술 뒤 봉합을 하면 안 된다고 했다. 헌데 기독병원 의사들이 언제 총상환자 수술을 해봤을까? 그걸 잘 몰랐다. 봉합만 해놓으면 죽으니, 다급하게 육군병원으로 문의를 했다. 개복해놓고 치료해야 한다는 걸 알고 봉합한 환자의 복부를 다시 개복했다. 그래서 만석이는 천만다행으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거 내가 키운 채소네. 친환경 재배한 거니, 잘 먹게.”

만석이는 이제 농사꾼이 다 되었다. 열무랑, 파랑, 상추랑, 이것저것 채소를 한보따리 가져왔다.

그래, 우리 은행장님이 돈 주무르듯 가꾼 채소니 잘 먹겠네.”

이런 저런 사는 얘기, 정담을 나누고 자리를 옮겼다. 옮긴 곳이 어디겠는가? 남광주 근처 허름한 술집이다.

클라우드 킴! 자네 이름 개명한 거 축하하네. 나도 앞으로 이름을 Million Stone으로 개칭할려네. 내 성이 백이고 이름이 만석이니 백만석, Million Stone, 줄여서 ‘M stone, 엠 스톤일세. 알았나? 이제부터 엠 스톤으로 부르소.”

알았네. 엠 스톤!”

술이 조금 들어가니 이야기가 자유분방해진다.

그런데 농사짓다 보니 궁금한 게 너무 많네. 우선 Grab가 뭔가?”

나도 저스틴 린이 감독하고 빈 디젤, 폴 워커, 드웨인 존슨등 우악스런 놈들이 출연한 영화 분노의 질주-언리미티드를 보고 알았네. 영화 대사에 Slapped ass?Grab ass?가 나오데. 친구의 여인이 임신한 사실을 알고 엉덩이를 때렸어? 엉덩이를 움켜쥐었어?’ 하고 놀려먹는 거였어. , 생각해보소. 서양놈들은 덩치가 좋잖아. 그 덩치로 누르면 오징어가 되는 건 뻔하잖아. 그래서 엉거주춤, 기마자세로 서서 엉덩이를 움켜쥐게 되는 거야? 그런데 자네는 홀쭉한 사람이 왜 Grab를 찾는가? 무슨 엉덩이 움켜쥘 일 있는가?”

아따, 윤창중이 얘길세. 또 정미홍이가 그걸 옹호하는 걸 보고, 나도 흥미가 돌아서 물어본 걸세.”

아따, 호랑이 물어갈 소릴세. 하긴 뭐 우리라고 못할 배도 없지. 그 오살놈들이 헛짓거리로 그짓하니 문제지? 힘만 있음 얼마든지 하소. 한 번 가면 안 오는 인생, 금과 소금, 지금을 3금이라 한다네. 그중에 지금이 최고니까, 지금, 시방, 현재, 이 시각에 행복을 누리고 즐기는 걸세. Slapped이나 Grab도 좋고 69도 좋네. 흐흐흐.”

원래 낮술은 두 명이서 마시면 소주 세병에 입가심으로 맥주 세병이 좋다. 낮술이 거나하게 오르니 입말도 풍성해진다.

또 하나 묻고 싶네. 일베가 뭔가?”

나도 잘 모르네만, 그것들을 일베충이라 한다데. 쓰레기라 생각하고 관심도 없네. 그런데 왜 묻는가?”

클라우드 킴! 자넨 교직출신이니까 묻네. 어제인가 뉴스에 어떤 젊은 초등교사가 자신이 일베라며 로린이들 걔 귀엽다라고 밝혔다 했어. 그런데 왜 일베가 문제고 로린이는 또 뭔가?”

하이고! 자네 때문에 하는 수 없이 그 쓰레기들 얘길 해야 겠네. 일베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약자로, 유머 중심의 인터넷 포럼이라네. 줄여서 일베라고 칭한다네. 근데 이것들이 유머랍시고 조선족 여자 아이를 강간하겠다는 모의 범죄 공모 내용, 초등학생을 때리고 일베 만세를 외치는 동영상, 강아지와 수간하는 내용, 성기 인증 등의 글을 무분별하게 올려서 문제가 됐다네. 특히 518 당시 한 아녀자가 남편의 주검 앞에서 우는 사진을 올려놓고 홍어 택배왔다고 하는 등.”

클라우드 킴은 말하다가 말을 끊는다. 만석, 아니 엠 스톤이 울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 울소. 홍어 택배란 말만 들었는가?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만 해도 빨갱이가 되는 세상, 교실 뒤 환경정리를 하면서 아이들 생일을 사과 모양으로 만들어 매달아 놨는데, 왼쪽에 더 많이 매달았다고 빨갱이가 되는 세상이었네. 자네 지금도 가지고 다니는가? 자네 뱃속으로 들어간 그 총탄?”

, 북한군이 넘어와 쏜 거라고 할까봐, 지금도 가지고 다니네. 우리 용감한 국군이 시민을 향해 쏜 빛나는 총탄을 말일세.”

엠 스톤의 얼굴에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다. 그러더니 나직하게 오월가를 부른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

 

산자들아 동지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

욕된 역사 투쟁없이 어떻게 해쳐 나가랴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

 

대머리야 쪽바리야 양키놈 솟은 콧대야

물러가라 우리 역사 우리가 보듬고 나간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솟네

오월 그날이 다시 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

 

프랑스 혁명 당시 불렀다는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에 가사를 붙인 게 오월가라고 했다.

어야, 오랜만에 듣는 오월가일세. 임을 위한 행진곡도 맘대로 못 부르는 판에 오월가는 더 뜨겁네. 그나 로린이가 뭔지까지 얘기해줌세.”

로린이‘Lolita’어린이의 합성어다. Lolita는 러시아 출신 미국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40대의 대학교수가 10대 의붓딸과 성관계를 맺다가 비극적인 파국을 맞는다는 내용으로, 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로리타 콤플렉스가 여기서 나왔다.

그러니까, 그 일베 초등교사가 로린이라면 큰 일 아닌가?”

큰 일이지? 허나 이 놈의 나라가 큰 일 아닌 게 어디 하나둘인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모두 다 잘났지. 로린이 문제도 그들이 뿌린 악의 씨앗일세.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거네.”

클라우드 킴! 자네 말을 들으면 속이 다 시원하네. 이 엠 스톤, 다시 집에 가면 세상사 쓸 것 없이 농사 짓고 살겠지만, 두 눈만은 부릅뜨고 살려네.”

그렇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지.”

우린 다시 소리 죽여 오월가를 불렀다. 나라 잃고 부모 잃은 놈처럼 흐느껴 울면서 불렀다. 눈물 콧물 상관없이 그랬다. ‘Cloud KimM stone’ 다 망민(罔民)이고 유민(流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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