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속 사랑의 신 이야기
신화(神話, Mythology)? 무엇일까?
신화는 한 나라, 한 민족, 한 문명권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오는 주술적이고 종교적인 역사일 게다. 오늘 날에는 그저 바라보는 종교, 옛이야기 정도로 인식범위가 좁아졌지만, 자신들의 신화를 만들고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종교이고 역사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신화는 그 시대는 물론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의식세계에 중추적인 영향을 끼쳐온 삶과 문화(文化, culture)의 모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화는 오늘날까지도 건축, 문학을 포함하여 각종 예술의 중심에 살아있고, 언어와 문자에 이르기까지 뿌리로 남아있는 것이다.
신화는 우주와 인간의 탄생 등 총체적인 우주론이기도 하며 더하여 인간의 의식세계를 지배하는 종교의 체계까지도 포함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2010년의 겨울, 밤이 길다. 이 긴 밤을 위해 이야기를 풀어놓기로 한다.
어떤 이야기냐? 신화 속, 사랑 이야기다. 전쟁과 평화는 상대어지만, 사랑은 그 모두를 녹이는 햇볕이고, 그 모두를 끌어안는 미풍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게 죽음과 이웃하는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사랑은 질투와 미움, 배신과 원한을 낳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연유로 신화속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들인 사랑의 신들마저도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들의 사랑은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을 가르치는 교훈이고 가르침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진정한 사랑은 나눔이고, 배품이며 평화에 이르는 계단이다.
소망하건데 사랑이 이 땅의 모든 질투와 미움, 배신과 원망을 치유하는 샘물이 되었으면 한다.
자, 그럼 신화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 사랑의 신 중 한 분을 만나보자.
북유럽 사랑의 신 여신 프레이야
프레이야(고대 노르드어: Njǫrðr, 아이슬란드어: Freyja로 여주인이라는 뜻을 가짐)는 신들의 나라인 반 신족(Van神族, Vanir : 반 신족들)의 지배자 니요르드(Njörd)의 딸이다.
<두 마리의 고양이가 끄는 전차를 탄 프레이야>
그 아름다운 사랑의 여신 프레이야가 살던 세상은 어떤 곳이었느냐?
당시 세상에는 반 신족과 아서 신족(Áss神族, Æsir : 아서 신족들)이 살고 있었다.
반 신족은 너른 들과 항구가 있는 바나하임(Vanaheimr : 반 신족의 땅, 풍요의 땅 :농경족)에서 살았다.
아서 신족은 아스가르드(ásgarðr : 아사 신족들이 사는 천상의 세계, 사람들의 영역인 미드가르드(Midgard)의 중앙에 위치한 가장 높은 산 정상의 신전. 인간으로 태어났어도 싸우다 죽으면 이곳으로 오게 된다)에 살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사는 미드카르드가 있었다.
지하세계는 니블하임(Niflheim : 세상 북쪽의 얼음나라, ‘안개의 나라’라는 뜻, 지옥과 같은 곳)이라 불렀고, 너른 바다 건너편에 거인족이 사는 곳은 요튼하임(jötunheimar)이라 했다. 요정들(Elf)은 숲이나 호수, 지하에 살고 있었다. 그들은 손재주가 많고 황금을 잘 다루었다.
반 신족이 사는 바나하임은 농경과 어로의 땅이었다. 지배자 니요르드는 순풍을 불러 성난 바다를 가라앉혀서 뱃사람들의 고기잡이와 항해를 돕는 바다의 신이고 풍요의 신이기도 했다.
반면에 세상의 가장 높은 산 정상 아스가르드에 사는 아서 신족의 지배자 오딘(Óðinn :고대 노르드어)은 신들의 왕이었고, 바람, 전쟁, 마법, 영감, 죽은 자의 영혼 등을 주관했다. 오딘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전쟁에 이긴다는 생각을 가진 전쟁광이기도 했다. 그런 오딘이 풍부한 물산을 소유한 반 신족을 그냥 내버려둘 리가 없다.
마침내 아서 신족은 반 신족을 토벌하러 나서고, 반 신족의 지배자 니요르드는 전쟁의 패배자가 되어 오딘의 볼모로 끌려왔다.
<신들의 왕 오딘>
“이거 봐, 로키! 이둔을 소개해주면 세상을 날아다닐 수 있는 독수리 날개옷을 주지.”
트림하임(Thrymheim : 거인족이 사는 요튼하임의 높은 산, 티아시(Thiassi)의 저택 명칭임)에 사는 티아시가 로키(협작꾼의 신)를 꾀었다.
거인족 티아시는 독수리로 변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오딘의 형제인 로키를 꾀어 청춘의 여신 이둔(Idun)을 납치하였다. 이둔은 웅변과 시술(詩術)의 신인 브라기(오딘의 아들)의 아내인데, 그녀 과수원의 사과는 신들에게 영원한 젊음을 주는 신비스러운 열매였다.
<협작꾼 로키신>
그런데 이둔의 납치에 협조한 로키가 티아시에게 속은 것을 알고 다시 이둔을 데리고 도망을 쳤다. 티아시는 로키와 이둔의 뒤를 쫓아 아서 신족이 사는 아스가르드까지 왔고 그곳에서 신들과 맞서 싸우다 그만 죽고 말았다.
티아시에게는 스카디라는 용감무쌍한 딸이 있었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
스카디는 아버지인 티아시가 아서 신족에게 죽임을 당한 것을 알고는 분노하였다. 복수의 일념으로 아스카르드로 쳐들어갔다.
한동안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치열한 전투를 벌어졌고, 아서 신족은 사태수습에 나섰다.
“우리 아서 신족의 누구라도 선택하여 남편을 삼아도 좋다. 스카디! 불필요한 전쟁을 하지 말자.”
스키디는 처음엔 오딘의 아들 발도르를 선택하였다. 그러나 곧 마음을 바꿨다. 볼모로 와있는 반 신족의 지배자 니요르드를 선택했다.
하지만 스카디는 산에 사는 걸 좋아하는 거인족이었다. 니요르드는 노아툰(Noatun : 항구라는 뜻)에 사는 바다의 신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9일은 스카디가 좋아하는 산, 9일은 니요르드가 사는 노아툰을 오가며 살기로 했다. 그러는 동안 둘 사이에 남신 프레이르와 아름다운 사랑의 여신 프레이야가 태어났다.
자, 그럼 이제부터는 사랑과 아름다움 그리고 풍요와 다산의 여신 프레이야의 얘기다.
반 신족이지만 아서 신족이 된 프레이야는 아스가르드의 폴크방(Fólkvangr: 싸움의 평야)에 자신의 새로운 궁전 세스룸니르(Sessrúmnir: 자리가 있는 방)를 짓고 거처로 삼았다.
그리고 신들의 아버지인 오딘의 여인이 되었다. 하지만 둘의 사이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오딘에게 이미 대지의 딸 프리그(Frigg)라는 아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음악과 꽃을 사랑하고, 특히 요정들을 사랑하는 자비심 많은 여신 프레이야는 오트(Oth)와 결혼했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생활은 아니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 오트는 걸핏하면 정처없이 집을 나섰다.
어느 날 여행을 떠난 남편 오트가 오랫동안 돌아오지를 않자, 기다리다 지친 프레이야는 남편을 찾아 온 세상을 헤매고 다녔다.
“오트! 어디 있어요? 제발 나에게 돌아와요.”
눈앞에 어른거리는 그리운 남편! 프레이야는 두 눈에서는 어느새 이슬이 맺히고 그 이슬은 눈물이 되었다. 눈물이 바위에 떨어지면 그 바위는 황금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도 북유럽 사람들은 황금을 <프레이야의 눈물>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녀는 남편의 사랑을 크게 받지는 못하였으나, 그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았다.
“그 브리싱가멘 황금 목걸이를 날 다오.”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브리싱가멘이라는 눈부신 황금 목걸이가 있었다. 그 목걸이가 탐이난 프레이야는 브리싱가멘이 있는 난장이 나라(지하세계 니블하임)를 찾아갔다.
“아! 세상에 이리도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단 말인가?”
목걸이의 주인 난장이족의 우두머리는 황금목걸이보다 더 눈부신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에 얼이 빠졌다.
“이 아름다운 황금 목걸이의 주인은, 이 목걸이 보다 아름다운 그대의 것이오. 다만….”
난장이 족의 우두머리는 프레이야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황금 목걸이를 주는 대신 하룻밤의 동침을 요구했다. 프레이야는 서슴없이 난장이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눈부신 황금 목걸이를 목에 걸었고 그녀의 아름다움은 더욱 빛났다.
“프레이야를 내놓아라.”
거인족의 트림(Thrym)이 프레이야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 신들에게 싸움을 걸었다. 트림의 사나운 기세에 눌린 신들이 트림과 화해를 했다. 프레이야는 한 때 트림의 아내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트림은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한 죄 값을 너무 크게 치른다. 몰리느(Mjollnir : 철퇴)를 휘두르는 용사 토르(Thor : 우레, 농업, 전쟁의 신)에게 트림은 그의 누이동생과 함께 맞아 죽는다.
<몰리느(쇠망치)를 휘두르는 전쟁의 신 토르)
프레이야는 마법에도 능통하였다.
“당신의 마법을 내게 가르쳐주시오.”
“그 대신 전투에서 전사한 용사의 절반을 내게 주시오.”
프레이야가 오딘의 꾐에 넘어가 함께 지낼 때였다. 반 신족의 마법을 가르쳐주는 조건으로 프레이야는 오딘에게서 전사한 용사의 절반을 차지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했다.
“딱 절반? 좋아! 주지 뭐.”
오딘은 전쟁에서 용사가 전사하면 그들을 데려와 부하로 삼았다. 그런데 그 때부터는 약속대로 프레이야가 전사한 용사들 절반을 차지했다.
프레이야에게는 또 하나의 보물이 있었다. 외할아버지 티아시의 유품이기도 한 하늘을 자유로이 날 수 있는 독수리의 날개옷이 그것이다.
그녀는 전쟁이 나면 황금목걸이 브리싱가멘을 목에 걸고 독수리 날개옷을 입은 뒤, 두 마리의 고양이가 끄는 전차를 몰아 전쟁터로 달려갔다. 그리고 용사의 절반을 자신의 왕궁인 세스룸니르로 데려와 부하로 삼았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반 신족의 지배자 니요르드와 거인족 티아시의 딸 스카디를 부모로 둔 프레이야는 신들의 왕 오딘의 여인이 되었다가 오트의 아내가 된다.
빼어난 미모,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난장이와 동침하기도 하고, 한 때 거인 트림의 여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인 오트를 찾아 온 세상을 헤매고 다녔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편을 그리며 흘리는 눈물은 바위를 황금으로 만들었다.
오늘 날 혼인 서약을 한 신랑신부가 황금 반지를 주고받는 것은 그 사랑의 여신 프레이야의 눈물의 의미를 새기며 사랑을 다짐하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황금 그 자체가 사랑은 아닐 것이다. 자칫 오해하여 황금으로 사랑을 사려한다면 세상의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다닌 프레이야가 자신의 왕궁에 있는 용감한 전사자를 해결사로 보내올지도 모른다. 그 땐 그 누구라도 사랑에 진실하지 못한 교활함과 어리석음에 대해 심판을 받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단칼에 댕강 머리가 땅에 구른다고 상상해보시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면 헛된 꿈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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