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다뉴브강의 노래
얀 자릭! 얀 팔라흐!
이제 그만 일어 나.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온 몸이 숯덩이가 된 젊은이들
자유와 평화와 목숨을 바꾼
얀 자릭과 얀 팔라흐를 붙들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뛰어, 힘껏 뛰어!
폴란드 아유쉬비츠 수용소
나치의 가스실 앞에서 갑자기
고추도 불알도 잘려버린
일곱 살짜리 소년이
발가벗은 몸으로
줄에서 벗어나 뒤뚱거리며
달음박질을 친다.
그래, 어서, 어서!
더 힘껏, 더 힘껏 달려!
햇살이 다급하게 불렀지만
나치의 총구가 사냥감을 놓칠리 없다.
실컷 먹고 싶었던 쥬랙
이제 다시는 먹을 수 없다
흥건히 흘린 피
싸늘하게 식어가는 소년
눈물조차도 말랐다.
위대한 영웅
마자르족의 족장 아라파트
6족장을 이끌고 우랄산맥을 넘었다.
마침내 나타난 너른 들판
무리의 맨 앞에서 말을 멈췄다.
한 손을 높이 든다.
와아! 7부족의 함성이 터진다
강물이다! 다뉴브강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영웅광장에 그들이 있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천하의 나폴레옹도 무릎을 꿇었다
그가 자랑스럽게 세운 오벨리스크
두 기둥 위에 황금 독수리를 올려놓은
유럽의 주인이었던 합스부르크 황실의
쉔부른 궁전
황제인 남편보다 더 큰 권력을 누린
마리아 테레자 여왕이
이 세상의 주인은 나다
손가락으로 자신만만하게
자신을 가리키고 있는
그 여름궁전에서
유럽을 호령하던 황금의자에 앉아서
서명을 다시 지워버릴 순 없을까요?
손을 발발 떨며
연필 서명으로 황국을 바친
황제를 만날 수 있었다.
외갓집 다녀올게
호주머니에 가득 초콜렛을 넣어주던
볼프강 호수 건너 길겐 마을 외할머니
다섯 살에 연주여행을 떠나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모차르트
오스트리아에선 어디서든
모차르트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에 다뉴브강이 흐르고 있었다.
다시 볼 수 있을까? 타트라의 아름다운 풍광 등 동유럽의 추억이 다뉴브강물처럼 흐른다. 노래가 된다.
지난 며칠을 되새기며 돌아오는 길은 더 빠르다. 뒤바람 불어주니 시속 1천km가 넘는다. 9시간여 만에 황해로 들어와 인천에 도착했다. 아직 무덥지만 낯익은 산천이 반갑다. 끝
<얀 팔라흐와 얀 자릭-힘이 없다면, 웅크려야 한다면, 그래도 껍데기가 판치는 세상을 기억하자.>
<영웅광장-밥이냐? 자유냐? 한국인들은 밥을 더 택한다는 여론조사다. 얼어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던 호기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말인가?>
<그래도 잊지말자. 아르바이트 마이트 프리! 언제 못살게 해준다는 정치인이 있었냐? 자유는 쟁취하는 것임을!>
<루돌프 헤세의 처형장-지가 만든 수용소에서 지 목숨 매단 것! 인과응보지만 자유를 쟁취한 피의 댓가다.>
<이 자유와 평화가 가만히 앉아서, 홍시감 떨어지듯 하진 않았다는 것도 잊지 않으리.>
<나폴레옹의 오벨리스크에 오스트리아의 황금독수리가 앉아있다. 앉혀놓은 것이다. 후세에 전하는 교훈이다>
<평화로운 들녁. 잘 살게만 해준다면, 수출만 된다면 사랑하는 이의 속옷까지도 팔자고 하던 때가 박정희 정권때였다.>
<아름다운 땅과 평화-우리 후손이 살아갈 땅이다. 그들에게 자유라는 존귀한 선물도 줘야한다.>
<해바라기 씨 한알 뿌리지 않은 인간들이 잘 살게 해준다는 말에 속지말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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