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7일 금요일
오늘도 일찍 서둘렀다. 마지막 일정지인 오스트리아 비엔나까지 4시간여가 걸리기 때문이다.
넓은 평원의 해바라기와 옥수수, 이따금 나타나는 들녘의 풍력 발전기가 진풍경이다.
11시 30분에 헝가리 국경을 통과하여 오스트리아로 들어섰다. 오후 1시에 비엔나에서 일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오늘 일정의 마지막 장소인 ‘합스부르크’ 황실의 여름궁전으로 갔다.
19. 쉔부른 궁전(Schönbrunn Palace)
맛있는 물이 샘솟는
아름다운 샘(schonner brunnen)
유럽을 통치한
합스부르크 황제들의 사냥터로
그 맛있는 물을 발견하여
아름다운 여름 궁전을 지었으니
쉔부른 궁전은
아름다운 샘의 궁전이다.
저만큼 하얀 대리석 조각의
웅장한 석상에서
맛있는 물이 분수로 솟구치고
폭포가 되어 떨어진다.
조각과 분수가 있으면 이태리식이고
꽃모양 내면 프랑스식이라는 데
이 세상의 조화를 그려놓은
황실 천정의 벽화는
마리아 테레자 여왕 때
연회장이었던 로코코 스타일
건물과 정원은 바로크식이라고 하니
느끼한 음식 맛만큼
말하는 혀끝도 힘들다.
정문의 두 기둥
오벨리스크는 나폴레옹이 세웠는데
나폴레옹이 한줌의 이슬로 사라진 뒤
오스트리아인들은
그 기념 기둥을 허무는 대신
그들의 문장인 황금 독수리를
오벨리스크 꼭대기에 올려
역사의 반전이 무엇인지
나폴레옹에게 알려줬다
합스부르크가가 유럽을 지배하던 그 때
요셉 2세 결혼식 때였다지.
수백명 유럽의 왕과 귀족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그 한가운데에 앉아
자신들만 느긋하게 음식을 먹으며,
손님들은 구경만 하는 것도
영광으로 생각하라 했다지.
그러나 어쩌랴?
그렇게 나는 새도 떨어뜨리던
합스부르크가의 황제
1차대전 뒤 왕국을 내놓겠다는 문서에
서명을 하면서
손을 발발 떨었다지
차마 잉크로 서명을 못하고
다시 지울 수 없을까
연필로 서명을 했다지
말을 타고 달리던 사냥터를 둘러보며
한 식경이나 시간을 끌면서
마지막 운명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지.
그가 연필서명을 하며 발발 떨었던
보석이 박힌 탁자와 의자
지금은 관광객의 눈길과
세월의 먼지만 앉아있다.
그렇게 역사는 박제가 됐다.
그런데 저 그림은 뭐지?
진기한 보물과 보석
황금 침상의 황궁에
당당하게 걸려있는
마리아 테레자 여왕과
그의 남편 요셉 황제의 가족 그림
테레자 여왕의 의자가
황제인 요셉의 의자보다 높고
왕인 테레자의 손가락은 자신을 가리키는 데
황제인 요셉은 테레자를 가리키고
요셉쪽에 그려져 있는 개는
두 다리를 뻗어 공손하게 엎드려 있는데
테레자의 발아래 그려진 개는
한 다리를 높이 들어
금세라도 누구를 후려칠 듯 건방지고
황제와 왕이 될 왕자들은
테레자 쪽에 서있고
시집가면 힘없는 공주들은
요셉 쪽에 서 있다.
아. 그렇구나.
남편인 요셉 황제보다 더 큰 권력을 누린
마리아 테레자 여왕
그들 가족의 그림이
합스부르크 황실의 마지막 자존심이구나.
이해는 하지만 사진을 못 찍어 답답하고
어마어마한 규모에 시샘도 나지만
궁궐을 짓느라 백성들은 또
얼마나 피땀을 흘렸을까?
혀를 차기도 했지만
맛있는 물 쉔부른 궁전은
역사의 교훈이다
온전히 남아있어
눈요기도 되고 돈도 벌어주니
그것도 교훈이다.
‘벼룩시장’의 어원이 시장에서 원숭이가 사람의 몸에서 이나 벼룩을 잡게 하고 돈을 받은 데서 유래했다는 그림, ‘깃털’을 모자에 꽂는 이유가 춤은 힘이 있으면 추지만 밥은 배부르면 못 먹는다며 먹고 토하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는 걸 알게 된 것도 합스부르크 황실이 후세에 전하는 교훈이라면 교훈이었다. 점심은 ‘금식기’로, 저녁은 ‘은식기’로 먹었다는 절대 권력이라도 언젠가는 결국 망하게 된다는 걸 알려주니 말이다.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 가는 길-고속도로 휴게소다. 풍력발전기가 들녁 곳곳에 있다.>
<쉔부른 궁전 정문이다. 두 기둥 오벨리스크는 나폴레옹이 세우고 그 위 황금독수리는 오스트리아가 세웠다.>
<궁전 안으로 들어왔다.>
<궁전 안 마당의 분수상이다.>
<옛 사냥터였다는 궁궐의 정원이다.>
<저 만큼 분수대가 보인다.>
<분수대 앞으로 갔다.>
<귀족의 사랑을 위하여 땀흘리는 노예- 사랑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
<쉔부른 궁궐 앞의 큰 도로 광장.>
<사자상이 여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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