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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구룡포 천지창조 용송

운당 2023. 5. 12. 15:40

포항 구룡포 천지창조 용송

 

일만이천 년 전 지구의 마지막 빙하기는 인간을 비롯 뭍 생명에게 멸족의 두려움과 멸망의 공포였다. 이 시기의 생존은 사라져버린 태양을 대신한 불이었다. 서양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훔쳐 뭍 생명을 살렸고, 북방민족을 살린 건 태양 안에 살며 태양과 인간을 불로 맺어준 불의 신이자, 전령사인 삼족오다.

이 삼족오를 모시고 빙하기를 견뎌온 부족이 해 뜨는 동쪽으로 아리랑 고개를 넘어 정착했으니 석기부족인 곰족이다. 뒤이어 고개를 넘어온 청동기 부족이 호랑이족이다. 이 두 부족이 백두산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가 단군조선이다. 이들 후손 중 철기문화를 일으킨 부족이 예족이다. 이들은 박달나무로 만든 강한 활에 쇠활촉을 달고, 역시 쇠날을 박은 긴 창으로 한반도의 동해안과 바다를 다스렸다. 세계사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그 6.9m의 긴창을 두세 병사가 함께 들고 능숙하게 다뤘으니, 이는 훈련이 잘된 강한 군사력을 말한다.

동해를 품에 안은 포항지역은 삼한 시대 진한의 12국 중 근기국이다. 근기(勤耆)는 고대 신라어로 도기야(都祈野)이며 ()/도기(도끼)/도지/돋이를 음차 및 훈차한 표기이니 해돋이를 뜻한다. 또한, 연오랑과 세오녀의 오()도 불의 신 삼족오이니, 이는 해맞이. 연오영일이 되었고, 영일만의 호미곶은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뜬다.

다리가 대나무를 닮아 대게인 포항대게 중 크고 단단한 대게를 박달게라 한다. 이 박달도 환웅 천황 배달국 신시의 밝고 환한 새 나라에 닿아있다. 하늘의 아들이라는 천신족 사상의 제천의식을 치렀던 이곳 포항은 신라에 병합되기 전 제철과 직조기술로 진한의 지배자였고, 오늘날에도 동해의 으뜸 도시이자, 세계를 지배하는 철의 왕국이다.

포항에 구룡포 설화가 있다, 열 마리의 해룡이 승천하는데, 9용은 하늘에 오르고 1용은 바다에 머물렀다. 짝수 10은 음수로 여성, 홀수 9는 양수로 남성이다. 따라서 아홉 용은 세상으로 나갈 남성이자 아들이고, 바다에 남아 10을 채우는 용은 삶터를 지킬 여성이자 어머니이니 모계에서 부계로 이어짐의 상징이다. 10은 완벽한 수, 9는 가없이 큰 수이니 완전함과 가없음으로 세상을 연 곳이 포항이다. 이는 대륙해양 고을 포항의 천지창조에 버금가는 자부심과 자긍심이다. 뭍과 바다, 하늘의 지배자인 그 포항의 용이 이제 포스코의 철로 만든 배와 비행기가 되어 오대양 육대주를 누비니, 구룡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한 설화였다.

또 연오랑과 세오녀의 설화가 있다. 신라 8대 아달라왕 때다. 불로 쇠를 다루는 연오와 옷감을 짜는 세오가 바위배(큰 배)를 타고 왜국으로 가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 왕은 사자를 보내 연오와 세오의 귀국을 권유했다. 이에 연오는 세오가 짠 비단을 보내 평화를 약속하니, 신라 왕은 근심을 덜었다. 이 역시 높은 파도를 이길 튼튼한 배, 제철과 직조기술로 왜 열도를 달래고 어르면서 평화를 유지했음을 상징하는 태양신화이다.

구룡포의 근대문화역사 거리는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이 살았던 곳이다. 이곳 구룡포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공원에 오르면, 하늘로 오르는 모습의 역동적인 구룡 조형물이 있다. 그 아홉 용이 넘실대는 푸른 파도를 가르며 하늘로 오르고, 또 열 번째 용이 있으니 바로 바다를 보며 용트림하는 용송이다. 그렇게 아홉 용이 하늘에서 세상의 번영을 이루고, 또 열 번째 용이 뭍과 바다에서 세상의 평화를 지키는 구룡포는 세상의 핵심인 용의 터이자, 여의주다. 구룡포에 가면 그 열 용을 보며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가는 포항의 힘찬 기상과 늠름한 기백을 함께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우리 아이들과 함께 가면 더욱 좋은 곳이다.(호남일보 연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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