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대인 장군님, 죄송합니다

운당 2021. 7. 24. 13:52

전라남도 순천시 별량면 동송리 409-1번지의 송천사는 창건연도 미상의 문화유산이다. 원래는 승주군 주암면 백록리 광천정에 있었는데, 1954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당시 글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면 모두 받아들여 공부하던 공간이었으나, 현재는 김일손, 김대인, 김치모 등 3분의 위패를 봉안하여 매년 3월과 9월에 제사를 지내고 있다.

별량 송천마을

배향하고 있는 김일손은 조선전기의 학자이자 문신으로 연산군의 무오사화에 능지처참을 당했으나 중종 때 복관되었다. 김치모는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집안의 종들과 지역민 등 의병 2백여 명을 모집하여 이순신을 도와 많은 공을 세웠다. 한성판윤을 지냈으며 병조판서를 추중 받았다.

순천과 여수 고흥에 첨산(尖山)이 있다. 순천 별량, 여수시 화치동, 고흥 동강의 송곳처럼 뾰족한 3개의 산이 그것이다. 이 세 첨산을 줄로 이으면 삼각형이다. 그리고 별량의 첨산이 이 삼각형의 꼭지점이다.

두 봉우리 별량 첨산(큰첨산 작은첨산)

송천사에 모셔진 김대인이 바로 이 별량 첨산 아래에서 태어났다. 무오사화에 죽임을 당한 탁영공 김일손이 중부(仲父)이고 통덕랑 김유손이 아버지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서출이란 걸 알고 지리산 칠불사로 들어가 해공대사에게 불도와 무예를 배웠다. 신분을 속이고 무과에 응시하여 장원급제했으나 서출이란게 밝혀져 관직을 받지 못했다.

환속하여 여수 석창의 석보촌에 있던 1592년에 왜란이 터졌다. 여수 흥국사 주지 기암이 그를 설득하여 승병 훈련대장으로 삼았다. 또 그의 용맹성이 이순신에게 알려졌다. 이순신은 기골이 장대하고 무예의 달인이며, 바른 품성과 학식을 지닌 그를 알아보았다. 김대인은 여수 좌수영군의 군율과 기강을 세우고 전투에서는 선봉장으로 전공을 세워 부장이 되었다.

1597년 이순신이 투옥되자, 원균의 수군으로 칠천량에서 싸우다 물에 빠졌으나, 초인적인 의지로 칼과 활을 잃지 않고 사흘 만에 살아나왔다. 의병 수백 명을 모집하여 연해안 곳곳에서 적과 싸웠다. 광양에서 흉탄에 맞고도 칼을 놓지 않았으며, 승전 뒤에야 스스로 탄환을 뽑아냈다. 그 뒤 화순 춘양면 예성산에 웅거하면서 해안은 물론 화순 일대의 왜적을 섬멸하였다.

1600년 그 공으로 당상관에 올라 지금의 영광인 임치진첨절제사(臨淄鎭僉節制使)’에 임명되었다. 허나 불의를 참지 못하는 강직한 성격이었다. 전라좌수사 이유직의 비행을 면박하며 맞서다가 의금부에 투옥되고 모진 고문을 받았다. 옥졸이 뇌물을 주면 방면될 수 있다고 하자, 분을 참지 못하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그렇게 순천 별량의 송천사는 이름 난 유적지도 문화재도 아니지만, 우리 역사에 기여한 훌륭한 분들이 모셔져 있다.

송천사 삼광문
송천사

순천의 근대 문인 벽소 이영민의 순천가에 별량 첨산을 향하여 송천사에 이르러 임진충의 청년장군 김대인 사적을 찾아본 후 도선암을 지나 안동을 돌아드니에 나오는 바로 그 김대인 장군이다. 따라서 이곳 송천사는 김대인의 생가터이기도 하고, 사우 뒤에 묘가 있다.

김대인 장군 묘

한 나라의 문화척도를 비교하는 데 화장실이 있다. 우리나라의 과거 화장실에 비하면 지금의 유명 관광지나, 사찰, 고속도로 휴게소 등의 화장실은 어떤 나라에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화장실보다 그 나라의 문화척도는 유무형 문화재인 유적, 유물에 있을 것이다. 또 그런 유물 유적이 화장실보다 못하다면 앞뒤가 바뀌고, 한 때 일본을 비웃던 이코노믹 에니멀이 바로 우리일 것이다. 오늘의 우리가 있는 것은 조상들의 피와 땀의 댓가인 것이다. 죽으면서 재화를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다.

김대인 장군님!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찌 순천시를 탓하고, 책임이라고 하겠는가? 하루빨리 순천 별량의 송천사가 지금보다는 좋아졌으면 한다.

송천사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싸가지도 없고 느자구도 없구나  (0) 2022.01.30
탈모와 달파멸콩  (0) 2022.01.28
궁금증 셋 - 50만원이 필요하시나요?  (0) 2022.01.28
이야기 셋  (0) 2022.01.25
두 전쟁  (0) 201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