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는 섬이다. 동경 125° 07´, 북위 34° 04´로 한반도 최서남단이니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다. 오래전 ‘아름다운 섬’인 ‘가가도(嘉佳島·可佳島)’라 하다가 1896년 무렵 황금어장인 걸 알고 ‘가히(可) 살기(居) 좋은 섬’인 ‘가거도(可居島)’라 했다. 가거도에 가거든 오지 말고 살라는 섬이라고도 하는데, 일제강점기에 ‘소흑산도’가 됐다가 해방과 함께 이름을 되찾았다. 해안 백사장에 유리 원료인 규사가 풍부하고, 한여름에 산거머리가 있는 숲은 원시림의 비경이다. 겨울에도 콩난, 일엽초, 고비 종류가 우거지고 달래가 지천이며, 유난히 붉은 천남성 열매와 천리향, 굴거리, 동백, 후박나무로 숲은 늘푸름이니 난대수림의 보고이다. 최부의 표해록, 유몽인의 어우야담 기록처럼 임진왜란 무렵엔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