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우수가 지났으니, 코끝에 봄기운이 완연하구나. (기지개를 켜고 봄 햇살을 바라본다. 그때 어디서 시 읊는 소리 들린다) 노인 1/ 약 캐러 가는 길가에 붉은 이끼가 깊고/ 창밖 산에는 푸르름이 가득한데/ 그대 꽃 아래 취해 있음이 부럽구려. 나비는 꿈속에서 날고 있겠지. 노인 2/ 그 시가 삿갓 어르신의 ‘약 캐러 가는 길’이란 시지요. 노인 1/ 그렇지요. ‘약경심홍선(藥徑深紅蘚)/ 산창만취미(山窓滿翠微)/ 선군화하취(羨君花下醉)/ 호접몽중비(胡蝶夢中飛)’이지요. 노인 2/ 제가 알기로 그 시는 화순 땅 동복에서 썼다지요. 화순은 고려삼 시배지이고 약초로 유명한 고장이지요. 어느 날 마을 남정네며 아낙네, 어린 처자들까지 약초를 캐러 나가는 날 삿갓 선생도 따라 나섰나 봅디다. 그곳 옹성산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