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폭설이 내린 뒤다. 솔숲 산책길에 팔뚝만 한 솔가지가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뚝 부러져 있었다. 그러더니 이제 그 눈은 흔적도 없이 녹아 봄이 되었다. 어느 초등 1학년 아이가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 라는 물음에 ‘봄이 돼요’라고 대답한 것이 맞은 것이다. 우수는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절기이다. 그 우수에 어김없이 비가 내렸고, 팔뚝만 한 가지가 부러진 소나무의 솔잎에 하얀 알갱이로 방울방울 달려 있었다. 또 그렇게 봄은 대동강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깨어나는 경칩을 지나 어김없이 깊어갈 것이다. 봄은 참 좋은 계절이다. 춥고 삭막한 겨울이 가고 마른 가지에 새움이 트니 새봄이고, 다시 보니 다시봄이고, 또 왔으니 또봄이다. 그 봄을 사이좋게 마주 보면 마주봄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