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 4

산청군 남사예담촌 이윤현 향나무

산청군 남사예담촌 이윤현 향나무 지리산의 동쪽 한 줄기가 내려와 살그머니 발을 멈추니 단성면의 니구산이다. 역시 단성면 청계에서 남쪽으로 내려온 계곡물이 이 니구산에서 동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사수천(남사천)이다. 그리고 남강으로 들어가며 만든 반달 모양의 텃밭이 사월리(沙月里)이다. 위쪽은 위니까 상사월, 아래는 남쪽이니 남사월, 합쳐서 남사촌이다.니구산과 사수천은 공자의 고향 산동 곡부의 뒷산과 그곳 사수현에서 비롯된다. 남사예담촌의 예담은 옛담, 예를 갖춰 나그네를 맞는 담이니, 마을의 한옥에서 예와 효의 기풍이 느껴지는 연유이다. 또 그 전통은 엄격하고 딱딱함이 아니다. 고샅길을 싸목싸목 걸으면 마치 어머니 품의 평화, 외갓집의 그리움이 새록새록이다. ‘아무개야!’ 부르면 ‘응, 나갈게!’ 친구 얼..

여우와 장군

여우와 장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의 농업국이었다. 1970년의 농업인구는 천4백4십2만2천 명, 농가 비율은 44.5%였다. 국민 절반 가까이 농업에 종사하던 그 시대에 시골 농가의 필수 농기구에 똥장군이 있었다. 서양에서는 귀한 술통으로 썼을지 몰라도 지푸라기로 가운데 구멍을 틀어막는 그 나무통이 우리에게는 인분을 논밭으로 옮기는 똥통이고 이름은 똥장군이다.이제 농업은 현대화되고 시비 방법도 달라져 그 똥장군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농업박물관에서도 보기 드문 존재가 되었다. 그렇다면 그 많던 농가의 똥장군은 다 어디로 사라졌단 말인가? 그런데 누군가가 말한다. 똥장군은 사라진 게 아니다. 그래도 장군이니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어야 하지만,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하고 뜻을 받든다는 우리네 똥장군은 다..

칼럼 2024.06.25

보성 쇠실 김구 은거가 자주독립 감나무

보성 쇠실 김구 은거가 자주독립 감나무 노벨문학상을 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의 설국은 왜국 ‘니키타현’이다. 풍광과 품질 좋은 쌀의 고을이지만, 1922년 8월, 조선인 노동자 집단학살 피의 고장이니 혈국이기도 하다. 당시 여기 ‘시나노가와’댐 공사장 8백여 인부는 주로 경남 일대의 농민이었다. 그때 밀양에서 온 19살 김갑철은 도망가다 잡혀 온몸 10여 군데를 쇠갈고리에 찍힌 뒤 눈구덩이에 나체로 묻혔다. 또 우윤성 등 3인도 벽돌 찍는 틀 속에 나체로 넣어져 인간벽돌이 되었다. 그렇게 사망자만도 1백여 명인 이곳은 하얀 눈 나라의 붉은 핏빛 ‘지옥의 계곡’이었다. 이 끔찍한 만행을 ‘박열’ 등 ‘흑도회’가 밝혔고, ‘한바’라는 합숙소에 죄수처럼 갇혀 하루 ..

하동 칠불사 하늘나라 공주 백목련

하동 칠불사 하늘나라 공주 백목련 한반도의 봄이 남해를 건너오더니, 맨 먼저 섬진강에 내려앉는다. 강 하류 고을 광양과 하동 산기슭의 매화가 온통 벌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참으로 눈 깜짝할 새다. 그 봄은 쏜살같이 강을 거슬러 오르며 강 중류 고을 구례에 이르니 온 산천이 산수유 노란빛이다.그 봄 길에 ‘얼쑤!’ 장단 맞춘 튀밥꽃인 조팝꽃이 ‘펑펑!’ 사방으로 튀어가 진달래, 개나리를 깨운다. ‘어? 봄이구나 봄!’ 기지개 켜며 말할 틈도 없이 목련, 살구, 홍도, 돌배마저 벌어지면 그저 온 산천은 한 마디로 꽃대궐이다.한해의 그 봄은 평생에 딱 한 번이다. 그리 소중한 이 좋은 봄날 하루쯤 아무 생각 없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하지만 딱히 생각나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가 볼 곳이 또 딱 한 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