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쟁과 평화

운당 2024. 11. 14. 07:32

전쟁과 평화

 

하루 하루 끼니를 이어가는 사람에게 전쟁은 큰 걱정이나 특별한 의미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건강을 잃으면 다 잃는 것처럼 전쟁도 모든 것을 다 날려버릴 것이다. 더욱 핵무기와 IT 기술의 현대전은 과거의 재래식 전쟁과는 비교나 상상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45815일은 우리가 일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날이며 1948815일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다. 한 때 우리는 이 8·15를 해방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광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일본의 강압적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1주년인 1946815, 남과 북에서는 각각 해방절기념식을 가졌다. 1948815일에는 해방 제3주년 기념식과 함께 대한민국정부를 수립하였다. 이때까지 남북한 모두 815일은 해방이었다.

우리의 해방절이 광복절로 바뀐 것은 194910월에 4대 국경일을 제정하면서다. 정확한 연도를 모르지만 북한도 해방절을 민족해방기념일로 바꾸었다. 이것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배제하고 자신의 입맛에 역사를 맞추는 기억의 역사화, 집단화과정이니 분단의 아픔이고 결과이다.

또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도 1970년대 제3차 유신체제 교육과정까지 해방이란 용어를 사용하다가 1982년 제4차 교육과정 때 민족의 해방민족의 광복으로 바뀌었다. 현수막에 해방이란 글자가 있는 8·15의 단골사진도 교체되었다. 그리고 인민, 동무라는 말이 사라지듯 해방이란 용어에 좌파나 진보라는 색깔이 칠해졌다.

광복은 빛을 되찾았다이니, 주권을 되찾았다는 것이고, 해방은 속박에서 풀려난 것이니 일본으로부터 벗어났다는 것이다. 그래서 광복은 능동적이고, 해방은 수동적이며 심지어 수치스러운 용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능동이건, 수동이건, 부끄럽더라도 1945815일은 해방이다. 1948815일은 광복이지만 대한제국의 주권을 되찾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민주국가의 출범이니 충분한 용어가 아니다. 더욱 일제가 물러가고 미군과 소련군이 점령군이었고, 현재도 분단된 영토이다. 그럼에도 해방이 맞네, 광복이 맞네를 따지는 것도 낯 부끄러운 일이다. 더욱 작금의 상황도 일제강점기에 우리가 일본인이었다는 주장을 떳떳이 하는 현 정부 고위 관료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8·15를 거꾸로 읽으면 5·18이다. 1945년에서 35년 뒤인 1980년에 광주민중항쟁이 있었다. 35년에서 1년 부족하지만, 2014년에 세월호의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이로 인해 촛불혁명이 일어났고, 시민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던 구시대의 정권이 마침내 시대의 망령이 되었다. 그렇게 세월호의 정권에 분노하고 일어선 첫 해가 2015년이니 5·18민중항쟁으로부터 딱 35년 뒤의 해로 맞아떨어진다.

또 그렇다면 2015년에서 35년 뒤는 어떤 일이 있을까? 2015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35살이 되는 해인 그 2050년에는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이 35년이라는 숫자가 참으로 비과학적이고 감상적인 것이지만, 우연의 일치도 있고, 필연의 결과도 있는 법이다. 2050년에는 전쟁 대신 한반도에 완벽 완전한 평화가 넘쳐 흘렀으면 한다.(2024. 11. 11 무등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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