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화순군 도암면에 개천산(497m)과 조금 낮은 천태산이 어깨를 나란히 서있다. 멀리서 보면 붓끝처럼 보여 문필봉이라고도 부르는 데 개천산이 더 뾰족하다.
개천산은 하늘을 연 산이고 천태산의 그 하늘을 떠받치는 기둥이니 이름으로만 하면 이보다 큰 산이 또 있을까 싶다.
천태산 꼭대기 바위 벼랑에는 도선국사의 철마방아 흔적이 있다. 당나라 일행선사가 우리나라에서 큰 인물이 나지 않도록 명산의 영기를 끊어버렸다.
그러자 도선국사가 천태산에 제단을 쌓고 쇠로 철마방아를 만들어 얹었다. 그리고 매일 당나라를 향해 철마방아를 찧으니 그때마다 큰 인물이 한명씩 죽었다.
이에 일행선사가 명산의 영기를 다시 이었고, 도선국사도 철마방아를 없앴다고 한다.
개천산 중턱에는 돌거북 한 마리가 머리를 개천산 봉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도선국사가 창건한 개천사 대웅전 뒤쪽 등산로를 따라 300여 미터 즈음에 있는데, 마치 살아 움직이며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이 거북이 산에 오르면 국태민안의 새 세상이 된다고 했다. 그게 두려웠던 지 일제강점기에 왜인이 거북이의 목과 발을 잘라버렸는데, 십 수 년 전 잘라낸 머리와 발을 일부 찾아 복원해놓았다.
스님들이 먹을 밥을 지으면 쌀뜨물이 20여리 떨어진 춘양면의 지석천까지 흘러내렸다는 개천사의 천불전(千佛殿)에는 625전까지 목불로 된 천불이 있었으나 빨치산 토벌 때 절이 불타면서 함께 타버렸다.
화순 운주사를 ‘천불천탑’의 절이라 한다. 하지만 개천사의 천불, 운주사의 천탑을 두고 천불천탑이라 하였으니, 불타 사라진 개천사의 천불이 다시 복원되어야 진정한 천불천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 천태산의 수령 300년 넘은 비자나무 300여 그루는 도 지정 기념물이며, 대나무는 기묘사화로 시련을 겪은 학포 양팽손(1488-1545)의 화제(畵題)였다. 학포의 묵죽도 4점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이 ‘천태연간(天台練簡)’이니, 곧게 뻗은 대나무는 선비의 절개이자 희망이었다.
이곳 도암면은 한때 천태면이라고 했다. 중국 절강성의 천태(天台)현과 같은 이름이다. 고려 때 의천대사가 천태종을 들여오면서 이름도 같이 왔을 것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철마방아 전설과 거북바위, 아름다운 비자나무와 대나무 숲이 있는, 하늘을 열어 떠받치고 있는 개천산과 천태산은 한 번쯤 가볼 곳이다.
하늘을 연 개천산의 개천사이다. 이곳 개천사의 거북바위는 다시는 일제 식민지배의 고통이나 나배 같은 무리들이 설치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각오를 되새기게 한다.
그뿐인가? 철마방아는 국가간의 회담에서, 일방적인 요구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새삼 깨우치게 한다. 북미회담도 상호주의를 지켜 진정한 평화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오백나한은 봤지만, 천불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다시는 전쟁의 참화가 없기를 기원할 뿐이다,
거북이의 왼쪽 발 두 개는 없다, 네 발로 개천산 봉우리까지 올라갈 날이 언제일까?
오른쪽으로 보이는 산이 개천산이고, 앞 산에 가려서 봉우리만 보이는 산이 천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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