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다.
“애들아 왜 그러느냐? 어디 아프냐?”
나이를 잘 알아볼 수 없는 아주머니였다. 어찌 보면 할머니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젊은 여자 같기도 했다.
“예! 친구가 배가 아파요.”
“자, 내 등에 업히렴.”
아주머니가 수남이를 업었다.
“우리 집으로 가자.”
수남이를 업은 아주머니가 휘적휘적 오솔길로 들어섰다. 절골 방향이다.
옛날 절이 있었던 골짜기라고 해서 절골이라고 하는데, 지금은 이름만 절골이지 절은 없다. 산이도 멀리서 바라보기만 했지, 직접 가보진 않았다.
오솔길엔 상큼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가득했다. 온통 오솔길 양쪽을 뒤덮어 피어있는 하얀 찔레꽃에 눈이 부셨다. 찔레꽃 오솔길을 벗어나자 절골이 나왔다.
“자, 이게 우리 집이다.”
대를 잘라 가지런히 엮어서 만든 사립문을 밀치고 수남이를 업은 아주머니가 집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기보단 넓고 큰 집이었다. 정면으로 세 칸 기와집이 있고 서쪽으로 작은 집 한 채, 또 집 뒤에도 작은 집이 한 채 있었다.
화단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작약이며 꽃창포, 붓꽃이 한창이었다. 또 이름 모를 꽃들이 구석구석 피어있어서 집안이 온통 꽃 나라였다.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까지도 가지런히 보였다.
산이가 둘레둘레 집안을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강아지 한 마리가 달려오더니 꼬릴 흔들며 반가워했다.
산이가 강아지 등을 어루 만져주려는데, 갑자기 눈도 잘 보이지 않게 온통 몸을 털로 덮은 털복숭이 큰 개가 나타났다.
“풍산개란다. 물지 않으니 걱정 마렴.”
산이가 주춤 뒤로 물러서자, 아주머니가 살그머니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역시나 커다란 풍산개는 산이에게 살그머니 스치듯 기대기만 했다.
“너희들 이름이 뭐지?”
수남이를 방안에 눕히고 이마를 짚어보며 아주머니가 산이를 바라보았다.
“그 애는 수남이고 저는 산이어요. 정수남, 김산이어요.”
“그래,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약을 먹고 좀 쉬면되겠다.”
아주머니가 약병을 가져오더니 한 숟가락 정도를 수남이에게 먹였다.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 거다.”
약을 먹으니 졸리나 보았다. 수남이는 금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산이라 했지? 넌 날 따라오렴.”
“예!”
산이는 아주머니를 따라 뒤쪽에 있는 집으로 갔다.
<계속>
<물은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라고도 한다. 오염된 물이 생명체를 병들게 하는 거라면 당연한 이치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70%가 물이라 하니 언제쯤 생명수인 물의 귀중함, 소중함을 알까? 물은 그저 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