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황금물

황금물

운당 2015. 6. 1. 06:21

<장편동화>

황금 물

1. 물이 아파요

수남아! 왜 그래? 어디 아파?”

!”

산이와 수남이가 학교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마을이 바라다 보이는 산모롱이를 돌아갈 때다. 잔뜩 찡그린 얼굴로 배를 움켜쥔 수남이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배가 아픈 거야?”

! 물 때문인가 봐.”

무슨 물을 마셨는데?”

우물물.”

우물물이라니?”

체험학습 마치고 나올 때 목이 말라서 마을에 있는 우물물을 조금 먹었어.”

아무리 그래도 우물물을 마시다니?”

함께 집으로 가던 산이도 마음이 어두워졌다. 지금 집에 가봐야 어른들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직 일터에서 돌아올 시각이 아니다.

어떻게 하지?”

산이가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데, 수남이가 그만 고꾸라지듯 주저앉았다.

산아! 배가 아파 더 못 걷겠어.”

수남이의 이마에서는 굵은 땀방울이 송글송글 배어나왔다. 얼굴빛도 하얗게 변해있었다.

이거 큰일인데?”

함께 걷던 산이가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 하고 둘레둘레 주변을 살폈다.

그러니까 오늘 오후에 체험학습으로 하수정수장엘 갔었다. 하수정수장은 더러워진 물을 깨끗한 물로 만드는 곳이다.

사람이나 아파트, 공장 등에서 쓰고 나온 물은 사람이 먹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물이 된다. 특히 세제나 화학약품이 잔뜩 섞인 물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위협하는 위험한 물이기도 하다. 그 냄새나고 더럽고 생명을 위협하는 물을 다시 깨끗한 물로 만드는 곳이 하수정수장인 것이다.

그 하수정수장은 작은 강물이 큰 강으로 흘러들어가는 외진 곳에 있었다. 마을 앞까지 시내버스가 가고 그곳에서 한 십분 쯤 걸어가야 하는 곳이었다.

끓인 물을 물병에 담거나, 생수병을 준비하긴 했다. 그런데 오늘 날이 무척 더웠다. 그래서 체험학습을 마칠 무렵엔 서로 물을 나눠먹었다.

하수정수장 들머리 마을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물은 있었지만 깨끗해보이진 않았다. 마을의 우물물을 예전에는 그냥 마시기도 했으나, 요즈음엔 거의 식수로 사용하지 않는다. 집에서 물을 끓이거나, 가게에서 파는 병에 든 생수가 아니면 안심할 수가 없어서다.

물이 부족하면 서로 나눠마셔요.”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하지만 수남이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누구에게 물 좀 나눠 마시자는 말을 못하는 아이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그 우물물을 마셨나 보았다.

<계속>


<2015년 5월 31일 연합뉴스의 영산강 구진포의 사진 한장을 보고 숨이 턱 막힌다. 녹조가 문제냐? 4대강 덕분에 가뭄은 없으니 오죽 좋으냐?고 자화자찬하는 인간들에게 저 물 한 바가지 주고 싶다. 지지난 해 여름 영산강 승촌보에 갔다가 역겨운 냄새로 토할 뻔한 뒤로는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는다. 영산강 구진포는 옛날부터 민물 장어로 유명한 곳이다. 자연이 죽으면 사람이라고 살까? 사진 한 장에 기가 먼저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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