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각희 시집 나는 누에고치다 나는 누에고치다 나는 누에고치 집 번데기다 누에는 뽕잎만 먹어야 한다는데 남몰래 단풍잎을 먹었다 넉잠 잘 때까지 단풍잎을 훔쳐 먹었다 뜨거운 여름 두 번이나 구토하고 네 번의 허물을 벗고 섶에 오르지도 못하고 미끄러지기 수차례 겨우 섶에 올라 누에고치가 되었다 번데기 주름 사이 곰팡이 달라붙고 지어 놓은 집은 누렇게 변했다 나는 지금 버려진 누에고치 섶에서 주름잡는 번데기다 시인의 말 쇠똥구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아시나요? 쇠똥구리를 볼 때마다 쇠똥구리가 위대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제까지 살아온 뒤안길을 되돌아보면 내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쇠똥구리도 살기 위해 저렇게 큰 쇠똥을 굴리는 재주가 있다니 신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