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들 후세에 이름을 남기고 싶지 않을까? 호랑이는 가죽을,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지만, 이름에 영웅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으면 금상첨화이리라. 하지만 허균은 영웅이라기보다 풍운아이다. 아니다. 투사이자 전사가 아닐까? 싶다. 그렇더라도 허균은 이름을 남기려고 살았던 얄팍한 인물은 아니다.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불꽃처럼 살다간 진정한 혁명가였다. 허균의 호는 교산(蛟山)이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를 교(蛟)라 하나, 허균은 용이 되기 전의 이무기였다. 강릉 경포대에서 북쪽으로 차 한잔 마실 거리인 사천진해변의 꾸불꾸불한 앞산이 교산이다. 또 이곳의 교문암(蛟門岩)은 교산의 구룡과 사천의 내가 바다로 들어가는 백사장의 큰 바위였다. 연산군 7년에 내가 무너지자 늙은 교룡이 바위를 두 동강이로 깨뜨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