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류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솔바람이 몰고와서 살짝 걸쳐놓고 갔어요// 뭉게구름 흰 구름은 마음씨가 좋은가봐/ 솔바람이 부는 대로 어디든지 흘러 간대요
예전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있던 박목월의 동요 흰구름이다.
올해 날씨는 유별나다. 짧고 강한 장마에 긴 불볕 가뭄이 이어졌다.
하지만 계절의 순환은 변함없는지, 천둥 울고간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아름답다. 매미도, 풀벌레도 한줄기 바람에 안겨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게한다.
말복 앞에 입추를 집어 넣은 우리 조상님들의 지혜와 혜안이 고맙기만 하다. 어쩌면 그리도 신통하게 계절의 순환을 꿰똟어보셨는지 모르겠다. 입추가 지나면 새벽 공기는 어김없이 서늘해지니, 그저 조상님께 넙죽 큰 절 올린다.
아무튼 코로나 19로 답답한 맘 만연사 나들이로 달래보자.
여름꽃으로는 베롱나무라고도 하는 백일홍이 엄지손가락이다. 신작로나 강둑의 미무나무는 이제 보기 힘들지만, 길가에 이어지는 백일홍 가로수는 여름꽃으로는 단연 최고다.
예전에는 절이나, 사당, 부잣집 무덤 앞에서나 보던 귀한 꽃이었지만, 이제는 가로수가 되고 정원수가 되어 눈을 즐겁게 한다.
시대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는 법이니, 그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고 즐기면 된다.
이 백일홍이 아름다운 길이 있고, 온통 연못을 붉게 물들이는 원림이 있는가 하면, 우아한 자태로 보는 이의 넋을 빼앗는 절집도 있다.
전남 화순군 도로의 가로수는 거의 다 이 백일홍이다. 전남 담양의 명옥헌 백일홍은 선경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화순 만연사 절집의 백일홍은 우아하다 못해 요염하기까지 하다.
이곳 만연사는 1208년(희종 4)에 선사 만연(萬淵)이 광주 무등산 원효사에서 수도를 마치고 조계산 송광사로 돌아가다가 지금의 만연사 나한전(羅漢殿)이 있는 골짜기에서 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고 한다.
십육나한이 석가모니불을 모실 역사를 하는 꿈을 꾸고 주위를 둘러보니 눈이 내려 온 누리를 덮었는데, 그가 누웠던 곳만은 눈이 녹아 김이 나는 것을 보고 그곳에 토굴을 짓고 수도하면서 만연사를 창건하였다고 한다.
또 이곳 절 집 들머리의 수령 8백여년 전나무는 그때 진각국사가 창건기념으로 심었다고 하니, 한번 쯤 들려서 세월의 무게와 삶의 깊이를 훌훌 털어버려도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