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곳 천상에도 국정원과 국방부의 댓글, 도감청처럼 지상의 행적을 은밀히 감시하는 해킹부서가 있습니까?”
“아닐세. 이곳은 그런 비열한 짓거리를 하는 곳이 아니네. 또 그 일을 맡아하는 시스템도 없네. 여기 장치는 지상에 있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 기록하는 자동장치라네. 그러니까 바로 이 문서철은 자네가 자네의 일거수일투족을 스스로 기록한 거네. 그리고 앞으로 자네가 진짜 죽은 뒤 이곳에 오면 그 기록의 결과에 따라 상벌을 받게 되는 걸세. 그러니 누구 탓을 하겠는가? 한 마디로 이곳 기록의 모든 책임과 결과는 자신에게 있다 그 말이네.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알겠습니다. 이승에서 지은 업보를 저승에서 받는다고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그러는지는 몰랐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는데 명심하겠습니다.”
“자네 집중이란 말 아는가?”
“무슨 일을 할 때, 그러니까 화살을 쏠 때처럼 한 곳을 향해 온 정신을 모으란 말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그 뜻보다는 중용의 길을 걸으라는 말이네.”
“중용이라면?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이 떳떳하며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이 정도를 걸으라는 말 아닌지요?”
“그렇지. 하지만 그 뜻 보다는 다른 뜻이 더 깊네. 집중이란 내 편, 네 편을 가르지 말고 모두 어울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라는 말일세. 누구보다도 지도자들을 가르치는 말이지. 그러니까 집중이 말하는 중용의 도는 네 편 내 편, 좋은 것 싫은 것을 가리지 말고 함께 포용하라는 것이네. 지나침도 부족함도 다 받아들여 함께 하라는 말일세. 그리 살면 이런 천상의 기록이 뭐가 걱정이고 두렵겠는가?”
“아! 어르신! 천신님!”
나는 또 다시 말할 수 없는 감동에 온 몸을 떨며 고개를 들어 이서구 어른을 우러러봤다. 내 생애에 이런 어른을 뵙다니 하늘이 내린 은혜라 여겨졌다. 사람을 만나고 살아온 평생에 처음으로 사람에게 느끼는 감격이고 감동이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는 존경하는 인물이 없더군.”
“예! 그렇지만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옛 성현이신 석가모니, 예수, 마호멧, 공자님은 물론이요, 나라와 백성을 위해 죽음도 마다하신 분들을 존경하고 흠모해 마지않습니다. 그분들의 천만분의 일이나마 되려고 노력도 하고요. 그런데 이승만이 애국지사를 암살하고, 6, 25때 한강다리를 폭파, 백성을 버리고 일본으로 도망치려한 것 등과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의 분탕질을 거치며 세상에 대한 실망과 회의는 절망과 회한으로 바뀌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같은 쓰레기종자를 보며 인간에 대한 혐오감과 실망감이 더해졌을 뿐입니다. 아! 인간인 듯 하면서도 무서운 괴물이 있고, 사람인 듯 하면서도 하찮은 짐승보다 못한 자들이 있구나, 한 거지요. 어르신! 하지만 앞으로는 세상의 의롭고 덕 있는 분들을 찾아 귀감을 삼겠습니다. 그러니 오늘 못난 저의 푸념을 통촉하시고 너그러이 해량하여주시기 바랍니다.”
“알았네. 과거에는 민초들의 일은 기록하지 않는 게 법도라 하여, 수많은 백성들이 흘린 피와 땀과 눈물의 기록을 가로챈 자들이 영웅이 되고 위인으로 둔갑하였지. 지금 자네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네. 재벌들이 백성들의 노동의 대가가 아니면 어찌 큰 부와 명예를 이룰 수 있단 말인가? 위정자들이 백성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지 않고서 어찌 평화와 번영을 말한단 말인가? 오늘 자네에게 양도내기의 사랑 얘기를 쓰도록 임무를 맡기는 것도 바로 그런 잘 못된 일들을 천분의 일, 만분의 일이나마 고치고자 함이라네.”
“잘 알겠습니다. 지금 제가 사는 시대는 사자방으로 더러운 냄새가 천지에 진동합니다. 사자방이란 사자가 사는 방이 아닙니다. 사대강공사, 자원외교, 방산비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사대강 공사로 인해 4대강이 죽을 사(死)자 사대강이 되었습니다.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리굴라촌충이 창궐하여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죽음의 강이 되었습니다. 자원외교는 숱한 혈세를 낭비하고도 누구하나 책임지는 자가 없으며,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군장성들이 역시 나라를 지키는 데 쓰여야 할 혈세를 꿀꺽꿀꺽 도적질한 것이 방위산업비리, 줄여서 방산비리입니다. 그래서 그 별들을 똥별이라 하고 국방부를 국뻥부라 폄하하며 조롱하고, 한탄하며 자조하지요. 그것뿐입니까? 이명박 이래 박근혜는 전쟁이라는 무기로 백성을 불안하게 하고 공포로 몰아넣으며 자신들의 실책을 호도하지요. 특히 박근혜는 악독하지요. 교묘하게 테러를 앞세워 포장한 뒤, 실제로는 무차별로 백성을 사찰하는 공포통치를 자행하고 있지요. 물론 백성들의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먹고 살기에 힘들어, 아니면 우리가 남이가 하면서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멍청한 민(民), 멍민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요. 아무튼 이런 어지럽고 혼탁한 세상에 양도내기의 사랑 얘기가 조금이라도 백성을 위로하는 계기가 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