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마을

바다의 시인 최정웅의 억새의 노래

운당 2011. 5. 9. 09:52

 

바다의 시인 최정웅의 억새의 노래

 

 

현재 활동하시는 시인 중 존경하는 시인 한 분을 선택하라면 필자는 서슴없이 최정웅 시인을 꼽겠다.

시인을 말할 때 시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태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시와 인간, 인간과 시가 어찌 둘일 것인가?

일제에 빌붙은 친일파, 독재에 침 흘린 독재파, 권력과 재물에 눈웃음친 권재파가 이 땅의 훌륭한 시인으로 교실에서 가르쳐지는 현실에서 최정웅 시인의 시와 인간미는 군계일학이다. 진정한 선비의 기개이다. 껍데기가 많은 이 시대의 질곡에서 외롭지만 진정성으로 시인과 시를 표상하는 분이다. 바로 최정웅 시인이다.

 

 

최정웅 시인의 시집 ‘억새의 노래’는 1977년 5월 1일에 초판 발간되었다. 1971년 한국시조작가협회 시조, 1973년 전남일보(현 광주일보)신춘문예 시, 1976년 샘터시조상 장원 등 30대 초반에 시적 세계를 화려하게 수놓은 청년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대표작이라 할 만한 ‘억새의 노래’ 외 41편의 시를 4부로 나눈 이 시집에는 김요섭 시인의 서문과 아동문예 발행인 박종현 시인의 발문이 시인의 시적 세계를 뒷받침 한다.

 

최정웅 시인은 바다의 시인이다. 바다의 세계가 그의 시적 세계의 주 무대이기 때문이다.

산골짜기에서 내려온 시냇물이 여러 물줄기를 합쳐 바다가 되듯, 그의 억새의 노래는 산골짜기에서 시작해 바다에 이르러 마침내 대해의 시 세계를 이루었다.

 

억새의 노래에서 ‘안개 자욱한/ 벌판에/ 서 있는 억새’라고 그는 노래의 첫 연을 시작하고 끝 연도 역시 그렇게 맺는다.

그리고 ‘바다의 노래’에 이르러 그는 ‘바다 앞에 서면/ 우리들의 마음/ 늘 푸르게 펼쳐진다’로 1연을 시작해 ‘아, 바다 앞에 서면/ 출렁이는 가슴/ 뜨거워 오는 피.’ 로 호흡을 정리한다.

그렇게 바다의 시인, 최정웅 시인의 노래는 산과 바다를 아우른다. 안으로 안으로 뜨거운 마그마를 퍼 올려 이 산하의 생명을 키운다.

거짓이 없다. 잘난 체 하지도 않는다. 말없음으로 침묵의 아름다움이 뭔지를 알려주는 현자이다.

최정웅 시인의 시는 현실을 외면하거나 나무람에 머뭇거리지 않는다. 잘못된 현상에 대해 비겁하지 않다.

 

 

30대의 준수했던 얼굴, 이제 머리카락이 많이 없어지고, 주름이 생겼지만, 바다의 시인 최정웅은 늙지 않았다. 그의 피는 여전히 뜨겁고, 그의 시는 끊임없이 산에서 바다로 흘러간다. 억새의 노래가 바다의 노래가 된다.

 

 

“어야! 동생. 첫 시집이 내게 없어.”

“형님! 그 첫 시집 제가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러 차례 이사하면서 많이 없애버렸지만, 형님 시집은 간직했습니다. 이번에 다시 전자책으로 발간하고 시집 드릴게요.”

얼마 전 바다의 시인과 필자는 그런 대화를 나눴다.

 

이제 곧 바다의 시인 최정웅 시인의 첫 시집이 전자책으로 출간될 것이다. 그에 앞서 오늘은 먼저 최정웅 시인의 첫 시집에 실린 ‘억새의 노래’와 ‘바다의 노래’ 전문을 소개하기로 하겠다. 즐감하시고 최정웅 시인이 이 땅의 진정한 시인으로, 우리들은 그의 친구로, 후배로 오래도록 행복과 평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하자.

 

 

억새의 노래

 

 

안개 자욱한

벌판에

서 있는 억새.

 

차디찬 겨울을

홀로 견딘다.

 

봄이면 찾아오는

한 떼의 풀잎도

千의 꽃들도

네 앞엔 고개 숙인다.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분다.

 

그러나 의연한 네 얼굴 앞에

비바람도 微風이어라.

 

안개 자욱한

벌판에

서 있는 억새

 

 

 

바다의 노래

 

 

바다 앞에 서면

우리들의 마음

늘 푸르게 펼쳐진다.

 

뜨거운 피가 출렁이는 젊은은

한 송이 꽃보다

아름답다.

 

세찬 바람이 불어도

거친 파도가 몰려와도

우리는 바다를 사랑하는 갈매기.

 

바다가 좋다

바다 앞에 서면

언제나 뜨거워지는 가슴.

 

씨를 뿌리고 가는(耕)

우리들의 피땀 속에

바다는

기름진 沃土가 된다.

 

아, 바다 앞에 서면

출렁이는 가슴

뜨거워 오는 피.

 

첫 시집 억새의 노래

억새의 노래가 바다에 이르러 바다의 노래가 된다.

지금도 마음은 이 얼굴이다.

33년을 훌쩍 넘겨 색바랜 종이지만, 시는 살아 바람에 날고 파도에 퍼덕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