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2) 씨족 대표자 회의

 

황궁은 마고성과 다섯궁을 떠나 새로운 세상을 열 결심을 굳혔다. 먼저 남아있는 모든 궁의 천신과 천녀, 임금 환, 씨족장과 머리들을 불렀다.

청제궁의 청궁과 청소, 임금 환, 나무, 풀, 열매 씨족의 씨족장,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의 여덟 머리가 달려왔다.

마찬가지로, 흑제궁의 흑궁과 흑소도 일족의 대표들과 함께 달려왔다. 천신 소리도 자리에 함께 하였다. 세 궁의 지도자와 대표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여러분! 짐작은 하시겠지만, 오늘 우리는 큰 각오와 다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합니다. 이제 마고성과 다섯궁은 더 이상 우리의 보금자리가 아닙니다. 이곳은 더 이상 우리들의 삶터가 아닙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삶터를 향해 먼 길을 떠나야 합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합니까?”

“우리의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곳이 더 이상 파괴되고, 더럽혀지는 걸 볼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이곳을 황폐화 시키는 건 마고님의 가슴에 칼을 꽂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곳을 떠나 고통과 고행 속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본래의 심성을 찾도록 합시다.”

청궁과 청소, 흑궁과 흑소, 천신 소리 등이 모두 황궁의 말에 찬성하였다.

“좋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고행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그걸 이기고 극복해야합니다. 새로운 계율을 실천하고 닦아서 우리의 본성을 찾아야 합니다. 그러면 다시 우리는 이곳 마고성과 다섯궁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다시 우리의 행복을 되찾을 때까지 잊지 마십시오. 우리는 천손족입니다. 위대한 하늘의 자손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언행으로 삶을 가꾸고 일구어서 이곳으로 되돌아옵시다. 반드시 꼭 다시 만납시다.”

황궁의 호소는 떨렸고, 천지를 울렸다. 모두들 가슴을 쥐어짜며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 이어 황궁을 비롯하여 모두는 흰 띠를 머리에 묶고 마고성으로 나아갔다. 마고성문 앞에 꿇어 엎드려 머리를 찧으며 잘못을 빌었다.

“우리의 죄를 씻을 수 없으며, 더 이상 마고성과 다섯궁이 파괴되는 걸 두고 볼 수가 없습니다. 우리들 모든 일족이 마고성을 떠나겠습니다. 그리고 저지른 잘못을 뉘우치며 다시 올바를 도리를 되찾을 때까지 수행을 하겠습니다.”

그러자, 참으로 오랜만에 마고가 모습을 나타냈다. 성루 높은 곳에서 길게 탄식하고 말했다.

“내 마음도 편치가 않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구나. 본디 하늘과 인간과 땅은 하나였다. 너희들은 어디로 가더라도 그걸 잊어선 안 된다. 하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면 반드시 본성을 되찾으리라. 그리하면 나를 다시 만나리라.”

이어 마고는 성을 나와 황궁의 손을 잡아 일으켜주었다.

“황궁 천제는 저들이 떠나야 할 방향과 장소를 짐을 대신하여 정해주어라. 그들이 천손족으로서의 계율을 지키고 본성을 되찾도록 가르침을 주어 떠나보내라. 알았느냐?”

“마고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마고는 다시 성으로 들아 가 모습을 감추었다.

마침내 천제 황궁은 청궁과 청소, 흑궁과 흑소, 그리고 천신 소리를 불러 의논하였다.

“여러분! 이제 떠날 때입니다. 그동안 짐이 생각해둔 곳들이 있습니다. 들어보고 좋은 의견을 말해주기 바랍니다.”

황궁은 지도 한 장을 꺼내어 펼쳐보였다. 그 지도는 지구의 모습을 펼쳐서 그린 것이었다.

지도의 한 가운데는 마고성이 있고, 그 둘레에 다섯궁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다섯궁에서 앞으로 나아가 동쪽에 운해주라 이름이 적혀있었다. 남쪽은 성생주였다. 서쪽은 월식주였다. 북쪽은 천산주였다.

“이곳 동쪽의 운해주, 남쪽의 성생주, 서쪽의 월식주, 북쪽의 천산주가 우리들이 가서 살만한 곳이오. 지금부터 우리들이 어디로 갈 것인지를 의논하여 정해야 하오.”

“황궁 천제님! 우린 어느 곳이든 가겠습니다. 그동안 모든 걸 살펴보셨을 테니, 황궁님이 정해주시기 바랍니다. 뜻대로 따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그러하겠습니다.”

“그게 좋겠습니다. 저 천신 소리는 황궁 천제님을 따라가겠습니다. 그런데 이미 떠나간 백궁 천신과 백소 천녀의 일족들은 어떻게 하지요?”

모두들 황궁의 뜻에 따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천신 소리가 자신은 황궁을 따라가겠다며 이미 떠난 백궁과 백소 일족을 걱정하였다.

“좋습니다. 그리하겠습니다. 그리고 백궁 천신과 백소 천녀에게는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서쪽인 월식주에 자리를 잡으라 일렀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천신 천녀님들이 이곳을 떠나 삶터로 가는 길에 혹시라도 흩어져 방황하는 백궁 천신과 백소 천녀의 일족들을 보거든 그렇게 일러주십시오.”

월식주는 파밀고원의 서쪽으로 지금의 유럽 땅이다.

황궁은 이어 청궁 천신과 청소 천녀에게 말했다.

“청궁천신과 청소 천녀는 마고성의 동쪽인 운해주에 터를 잡으시오.”

운해주는 파밀고원의 동쪽으로 지금의 중국땅이다.

“알았습니다.”

청궁과 청소는 엎드려 절하고 황궁의 뜻을 받들었다.

“흑궁 천신과 흑소 천녀는 남쪽인 성생주에 터를 잡으시오.”

성생주는 파밀고원의 남쪽인 지금의 인도와 동남아시아 지역이다.

“뜻을 받들겠습니다.”

흑궁과 흑소도 엎드려 절하며 황궁의 뜻을 받들었다.

“짐은 황소 천녀와 천신 소리님과 함께 북쪽인 천산주에 자리를 잡겠소.”

천산주는 파밀고원의 북동쪽인 지금의 천산산맥이 있는 곳이다.

“그럼, 내일부터 떠날 준비를 하시오. 시일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준비하고 대책을 마련하여 떠나도록 합시다.”

그렇게 떠날 곳을 정한 다음 황궁은 다시 한 번 마고의 가르침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 다음 신표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이 신표는 우리가 마고의 자손임을 뜻하는 것이오. 우리는 천손족, 하늘의 자손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신표에는 ‘하늘과 땅과 인간은 본래 하나였다. 하늘의 가르침을 믿고 따르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이곳을 떠나면 제일 어렵고 힘든 일이 식량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오. 씨족들이 굶주리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오. 내가 특별히 식량을 마련하는 법을 앞으로 각 궁에 다니면서 가르쳐 드리겠소. 씨족들을 굶기지 마시오. 절대로 안 되오.”

황궁은 칡이나 나무뿌리 등을 캐어 식량을 만드는 방법, 또 그걸 오래 갈무리 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그리고 독충과 독사 등 독에 중독이 됐을 때와, 상처가 나거나 아플 때 치료할 수 있는 약초와 간단한 처방도 몇 가지 알려줄 생각이었다.

“황궁 천제님!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만납니까?”

“어쩌면 우리는 영원히 못 보게 될지도 모르오. 그러니 아무쪼록 씨족을 잘 보전하여 새로운 땅에서 희망을 찾아야하오.”

황궁의 말에 천신 천녀를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은 눈물을 뿌리며 헤어짐을 슬퍼하였다.

(황녀의 영웅들 제 2권 지구의 시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