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운당 2016. 7. 11. 05:42

(2) 변해가는 사람들

 

물질이 자연스럽게 순환하여 사람들은 앞일과 앞날을 예측하여 미리 대비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준비하였다. 낮과 밤이 있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했다. 사계절이 있어 철마다 다른 풍경을 보고 일을 하며, 그 변화 속에서 삶의 보람과 기쁨,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엉망이 되니 사는 게 불안하고 힘들고 어려웠다. 세상의 일들만 그런 게 아니었다.

사람들의 몸과 맘에도 이상이 생겼다.

열매를 먹으면서부터 사람들의 입에 이가 돋아났다. 지유를 마시고 살 때는 그런 이가 필요 없었다. 열매의 독이 이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이가 생기니 너무 좋았다. 아무리 딱딱한 음식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사람들은 더욱 더 먹을 욕심을 부렸다.

! 나는 물속의 물고기도 먹을 수 있어.”

나는 고기 뼈도 씹어 먹을 수 있지.”

사람들은 자랑이라도 하듯 온갖 것을 먹기 시작했다. 물속의 물고기는 물론 육지 짐승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날고기는 물론 뼈까지도 우두둑 우두둑 씹어 먹었다. 사람들 입에서 나오는 침이 뱀의 독처럼 다른 물질을 녹여버렸기 때문이다.

무엇이 맛있던가?”

무엇보다도 산에 사는 짐승이 맛있지.”

그럼 오늘은 산으로 짐승을 잡으러 갈까?”

그러세.”

사람들은 만나면 먹을 것 이야기였다.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먹으면 맛있을까? 예전에 하던 일들은 팽개쳐 버리고 먹고 즐기는 얘기만 앞세웠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마음에 끝임 없이 다른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남보다도 더 많이 더 맛있는 것을 먹으려고 욕심을 부렸다.

그 먹을 것을 보관하기 시작했다. 예전에 지유를 마실 때는 하루에 한 번 가서 마시고 오면 그 뿐이었다. 더 가져와 보관하거나, 더 마시려고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더 먹으려 욕심을 부리고, 남은 것은 가져와 보관까지 하였다. 더 많이 차지하고 보관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기까지 하였다.

또 몸의 이상은 이가 난 것뿐만이 아니었다. 눈도 흐려졌다. 처음엔 낮이고 밤이고 무엇이든 잘 볼 수가 있었다.

그런데 고기를 먹으면서부터는 올빼미 눈과는 반대로 되어버렸다. 빛이 있는 곳에서만 볼 수 있게 되었다. 어두워지면 아무 것도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귀도 막혀버렸다. 마음을 맑고 환하게 하는 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듣기 좋은 말만 들으려 하고 누가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화를 내고 다투었다.

입도 마찬가지였다. 자기만 옳다고 하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웠다. 걸핏하면 남의 흉을 보고,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니 성격은 더욱 더 거칠고 어리석어져 갔다. 작고 사소한 일에도 다투고 싸웠다.

예전에는 몸이 구름처럼 가벼웠다. 그런데 몸이 점점 무거워지고 다리도 굳어졌다. 먼 길을 걷기도 힘들었고, 조금만 달려도 가픈 숨을 헉헉 거렸다. 역시 음식 독이 온 몸에 퍼진 것이다. 그러다 더욱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태어난 아이의 모습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이따금 짐승이나 나무의 모습을 하고 태어났다. 자신들이 잡아먹고 즐기는 짐승이나 물고기, 열매달린 나무의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었다.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괴물처럼 생긴 그 아이들이 집집마다 있었다. 벼라별 괴상망측한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그러자 이제 누가 본래의 사람인지 모르게 되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죽으면 새로운 생명으로 되살아 나왔다. 모든 생명은 자신의 일생을 마친 뒤, 또 다른 생명으로 들어가 새로운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러니까 생명이 죽으면 썩지 않고, 다른 생명체로 바뀌었던 것이다.

그러나 딱딱하고 단단하며 맛있는 음식을 욕심껏 먹기 시작한 뒤에는 그러지 않았다. 사람이 죽으면 곧바로 썩기 시작했다. 새로운 생명을 다시 받을 수 없게 되었다. 새로운 생명으로 바뀌지 못하니, 한번 죽으면 그걸로 끝이었다.

, 우리가 잘못했어. 정말 큰일이야.”

짐승의 모습으로 태어난 괴상망측한 아이를 안고 부모들은 울부짖었다.

이제 언제 다시 뵌단 말입니까? 아이고, 아이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붙들고 자식들은 서럽게 통곡하며 잘못을 뉘우쳤다. 비로소 사람들은 잘못을 깨닫고 크게 뉘우치기 시작했다. 포도 열매와 맛있는 음식을 탐하게 만든 지소를 원망하고 타박을 했다.

지소야! 이 모든 일이 바로 너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산단 말이냐? 아이들은 짐승으로 태어나고, 돌아가신 부모님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니 이 일을 어쩌란 말이냐?”

우리가 잘못했어. 저 지소 말을 들은 우리가 잘못했어.”

지소는 크게 부끄러웠다. 집 밖에도 나가지를 못했다. 그러잖아도 불그레한 얼굴이 완전히 붉게 변하여 버렸다. 그렇게 여러 날 집에 꽁꽁 숨어 있더니, 어느 날 지소는 자신의 가족을 이끌고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지소를 따라 포도열매를 먹고, 물고기와 짐승 등 딱딱한 음식을 먹은 자들도 하나 둘 정처 없이 씨족들이 살던 궁을 떠나갔다.

우리들의 잘못이 더 크다. 계율을 잘 지키도록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어야 하는데, 무슨 낯으로 천신님과 천녀님을 모신단 말이냐? 씨족장님과 임금 환을 어찌 뵌단 말이냐?”

사람들이 떠나가자, 여덟 머리들도 눈물을 뿌리며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갔다.

이제 백제궁과 적제궁에는 사람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 마침내 백궁과 백소도 백제궁과 적제궁을 떠날 결심을 했다. 그리고 지구 다섯궁의 대표이고, 모든 천신 천녀의 지도지이기도 한 천제 황궁을 찾아갔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를 짓고 떠나는 우리를 용서해 주십시오.”

백궁과 백소는 자신의 모든 씨족을 대표해 황궁에게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했다.

황궁은 그런 그들의 모습이 한없이 가여웠다. 쓸쓸히 떠나려는 그들에게 희망의 말로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였다.

순간의 어리석음으로 사람들이 맛있고 달콤한 것을 택하여, 이제 그 본래의 심성이 변하여 버렸소. 이제 이곳에서 함께 살 수 없이 되어버렸소. 그들이 마치, 저 들판의 뭇 짐승과 물고기, 나무와 다를 바 없이 되었소. 허나, 이곳에 서 배웠던 계율을 잊지 않도록 가르치고 깨우쳐줘야 하오. 모두가 스스로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세상의 이치를 다시 깨닫도록 하시오. 그러면 자연히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올 것이오. 노력하고 또 노력하기 바라오.”

그리 말하며 모든 씨족의 어른으로써 황궁은 피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