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동화

황녀의 영웅들 2-지구의 시작

운당 2016. 7. 3. 07:38


<주성기 작가님의 삼척 무건리 이끼폭포>

(2) 대책 회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구나.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이냐?”

백궁의 연락을 받고 적제궁에 있던 백소가 한달음에 백제궁으로 달려왔다. 두 사람은 치솟아 오르는 슬픔과 분노를 못 이기고 두 주먹을 움켜쥐고 울부짖었다, 이리 저리 안절부절 서성이면서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때가 늦은 뒤였다. 한참동안 슬픔과 분노에 떨던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았다.

이렇게 있을 순 없소. 빨리 방안을 찾읍시다.”

당시 마고성과 지구의 다섯궁 체계도는 다음과 같았다.

마고는 마고성과 지구를 포함하여 온 우주의 창조자며 지배자였다. 마고는 왼쪽은 남성이고, 오른쪽은 여성으로 한 몸에 양성을 가졌다. 마고는 그런 자신의 몸을 나눠 궁희와 소희를 창조했다. 궁희와 소희는 다시 마고에게 청하여 궁희가 황궁, 청궁, 백궁, 흑궁을, 소희가 황소, 청소, 백소, 흑소를 만들었다. 또 다시 황궁과 황소, 청궁과 청소, 백궁과 백소, 흑궁과 흑소가 각각 남자, , 여자 셋을 낳았다. 네 쌍이 세 쌍씩을 낳아서 짝을 지어주니 모두 12쌍의 씨족이 생겼다. 하늘, , , 나무, , 열매, , , , , , 바다 씨족이 그들이다.

12 씨족이 불어나 각 씨족의 숫자가 3,000명이 되어 모두 36천명이 되었다. 그렇게 사람이 많아지니, 각 씨족에도 질서를 유지하고, 서로 연락을 할 체계가 필요했다.

마고는 12씨족을 정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가정과 가족, 씨족에는 반드시 어른과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어른은 윗대 어른, 나이가 많은 순서이며, 지도자는 그 일족들이 마음과 뜻을 합하여 가장 지혜롭고 덕망을 갖춘 현명한 사람을 뽑도록 하라. 남자와 여자는 몸의 구조에 차이는 있지만, 일이나 행동에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 다만, 그 가정, 그 가족, 그 씨족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 가정, 그 가족, 그 씨족의 대표는 남자이고 어떤 책임이든 남자가 져야한다.’

이러한 마고의 말은 곧 법으로 지켜져 내려왔다. 마고에게 씨족의 이름을 받은 12쌍의 남자가 씨족장으로 최고의 어른이었다. 그리고 다섯궁에는 각 궁마다 모든 일족의 추대에 의해 뽑힌 임금이 있었다. 그 임금을 환이라 받들고 우러렀다. 그 환 밑에 여덟 머리가 있었다. 씨족의 교육을 맡고 계율을 살피는 수성 머리, 하루 시간을 관리하는 금성 머리, 이런저런 씨족의 할 일을 알리는 지구 머리, 집이나 건물을 짓고 살피는 화성 머리, 씨족이 필요한 물자를 관리하는 목성 머리, 성을 지키고 살피는 토성 머리, , , 바람을 살피는 천왕성 머리, 육지와 바다를 살피는 해왕성 머리가 그들이다. 모두 태양계의 여덟 별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그리고 임금 환은 태양을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밝고 환한 태양을 뜻하는 표현이었다. 그래서 씨족의 체계는 씨족장이 있고, 각 궁에는 그 궁의 모든 일족을 다스리는 임금 환이 있고, 그 환 아래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여덟 머리가 있었다.

그리고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집은 남자가 그 집을 대표했고, 그런 집 9집을 묶어 한 집단을 이루도록 했다. 역시 태양과 여덟별을 본 따 그렇게 했다. 그리고 그걸 9호제라고 했다.

먼저 이곳 백제궁과 그리고 적제궁의 두 임금 환과 함께 대책회의를 엽시다.”

그러잖아도 오면서 연락을 했습니다. 회의실로 갑시다.”

백궁과 백소는 서둘러 백제 환님이 씨족의 정사를 살피는 백제궁의 회의실로 갔다. 백제궁의 쇠와 금, 두 씨족장과 백제 환님이 두 천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덟 관리들도 모여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저도 사실을 알고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때에 맞춰, 적제궁의 불 씨족장과 적제 임금 환, 그리고 여덟 관리도 회의실로 들어왔다.

천제인 백궁과 백소, 백제궁과 적제궁의 쇠, , 불의 세 씨족장, 그리고 두 환, 두 곳 궁의 열여섯 관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유 외에는 아무 것도 먹지 아니하여야 하는 게 우리 씨족들이 지켜야할 계율이오. 그런데 그 계율을 어긴 후손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먼저 백궁 천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러자 백제 임금 환이 앞으로 나서서 잘못과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태가 된 건 먼저 저의 잘못이며 그 책임이 큽니다. 무어라 말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기만 합니다. 더욱이 씨족이 계율을 잘 지켜야하는지 살펴야할 수성의 관리들까지 모두 계율을 어겼으니,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저희들 수성 머리들이 할 일을 게을리 한 탓입니다. 저희들의 죄를 먼저 다스려 주십시오.”

백제 임금 환의 말에 두 곳 궁 두 명의 수성 머리들이 꿇어 엎드렸다.

지금 이 자리는 죄를 다스리는 자리가 아니오. 대책을 마련하는 자리요.”

그래요. 서슴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시오.”

감히 제가 의견을 말하겠습니다.”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백제궁의 쇠 씨족장이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저의 쇠 씨족의 지소라는 자로부터 일어난 일입니다. 평소에 그 지소를 잘 돌보고 다스리지 못한 저의 잘못이 먼저입니다. 지소의 씨족장으로 책임을 통감하며 그 잘못을 엎드려 빕니다.”

쇠 씨족장은 머리를 땅에 찧으며 자신의 잘못임을 반성하며 말을 이었다.

이제 한 두 사람의 책임을 묻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습니다. 세 씨족 9천여 명 모두에게 벌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이 기회에 지유만을 마셔야 한다는 계율을 없애는 게 어떨까 합니다. 앞으로 씨족은 더 번성하고 불어날 것인데, 젖샘은 한 곳입니다. 지금도 순서와 시각을 정해 지유를 마셔야 합니다. 하루 종일 줄을 서야 합니다. 그러니 젖샘이 더 있지 않는 한, 지유를 마시는 일이 점점 더 불편해질 것입니다. 바라 건데 지유 말고도 다른 음식을 먹도록 계율을 없애 주시기 바랍니다.”

쇠 씨족장의 간절한 말을 듣자, 모두들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희들도 쇠 씨족장의 의견과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계율을 바꿔 먹을 것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그에 동조하여 금 씨족장, 불 씨족장도 같은 의견이라고 재청, 삼청을 하였다. 언젠가는 다섯궁의 모든 사람이 젖샘의 지유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의견을 같이 한 것이다. 각 씨족이 숫자가 빠르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두 분 임금 환의 생각은 어떠하오?”

백궁 천제가 백제 임금 환과 적제 임금 환에게 의견을 물었다.

제 생각도 각 씨족장들의 의견과 같습니다.”

저도 이쯤에서 젖샘의 지유를 마셔야만 한다는 계율을 없애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좋소. 그럼 백소 천녀의 생각은 어떻소?”

백궁 천제님! 9천여 명의 씨족을 모두 벌할 수는 없다 생각합니다. 우리가 모든 책임을 지기로 하고 씨족들에게 마시고 먹는 자유를 주도록 합시다.”

백소 천녀도 계율을 없애자는 데 찬성을 했다. 백궁이 다시 확인하였다.

모두의 생각이 그러하오?”

!”

한 결 같이 그리 대답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