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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도 수루 조선 수군 느티나무

한산도 수루 조선 수군 느티나무 통영항에서 한산도로 가는 배를 타면 동쪽은 거제도이고, 서쪽은 통영의 안산인 미륵산이다. 이 뱃길의 아름다움은 그 아름다움마저 잊을 만큼 아름답다. 그러기에 항구와 바다와 섬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려면 이 통영의 뱃길에 다녀온 뒤 말하여도 늦지 않다. 배의 갑판으로 갑자기 갈매기 몇 마리가 날아온다. 초등학교 저학년쯤의 누나와 남동생이다. 아침 햇살이 잘게 부서지는 파도에서 그네를 타던 갈매기를 그 두 아이의 새우깡이 부른 것이다. 이따금 환한 웃음소리가 터지는 건 던져주는 새우깡을 갈매기들이 덥석 챙길 때이다. 그 아이들의 깔깔 웃음소리와 갈매기의 끼룩 소리가 아름다운 화폭을 더 아름답게 색칠한다. 눈앞의 통영 도남항 등대가 연필 모양이다. 이 연필 등대가 ‘꽃’의 시인 ..

입틀막과 공업용 미싱

입틀막과 공업용 미싱 러시아 정교회 대주교가 섬의 신자를 가르치기 위해 나섰다. 그렇게 기도와 기도문을 가르치고 하루 일을 마칠 즈음 세 사람의 은자가 찾아 왔다. 나이도 많고 문맹인 그들은 예배의식도 모르고 그냥 떠오르는 대로 기도한다고 했다. 대주교는 크게 나무라며 예배의식과 기도문을 가르쳤지만 날이 저물도록 배우지 못한다. 대주교는 이런 무식한 자들이 어찌 덕망 있는 은자냐고 혀를 차며 배를 타고 떠난다. 그때 바다가 환해지며 세 은자가 바다를 달려온다. 기도문을 잊었으니 다시 가르쳐달라고 간청한다. 이 이야기는 톨스토이의 민화인 ‘세 은자’이다. 너희에게 죄는 얼마든지 털 수 있는 몸의 먼지이고, 우린 법 조항에 있건 없건 어떤 짓을 해도 무죄라는 자들의 세상에서 톨스토이의 민화 ‘세 은자’가 가..

칼럼 2024.03.25

해남 대흥사 표충 연리근

해남 대흥사 표충 연리근 한국 남쪽의 큰 절인 양산 통도사, 합천 해인사, 순천 송광사를 삼보사찰이라 한다. 삼보는 불교의 수행 주체인 불(佛), 법(法), 승(僧)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보사찰 통도사는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돌아오며 불경과 불사리를 가져와 창건한 절이다.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셨기에 주법당인 대적광전에는 불상이 없고 불단만 있다. 해인사는 부처의 말씀인 고려의 팔만대장경이 있어서 법보사찰이다. 송광사는 큰스님들이 많이 배출되어서 승보사찰이다. 고려 중기의 고승 보조국사 지눌이 해인사에서 송광사로 왔고, 그 뒤 제자인 혜심을 비롯하여 조선 초기까지 16명의 국사가 배출되었다. 이 삼보사찰의 이름은 조선 중기 이후에 붙여졌다 하며, 승려 교육과정인 선원, 강원, 율원의 기능을 다 갖추어서 ..

밀양 아랑각 나비 느티나무

밀양 아랑각 나비 느티나무 아랑(阿娘)의 이름은 윤동옥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었으나, 연꽃봉오리처럼 예쁘고 향기롭게 자랐다. 조선 명종(재위 1545~1567) 때이다. 아랑은 밀양부사로 부임하는 아버지를 따라 밀양으로 왔다. 밀양강이 흐르며 감싸 안은 밀양은 참으로 아름다운 고을이다. 밀양강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고헌산에서 발원, 밀양시 삼랑진읍에서 낙동강이 된다. 이 밀양강이 흘러 밀양시에 이르러 아동산을 앞에 두고 섬 하나를 만드는데 마치 누에고치 모양이다. 또 아동산 앞을 지난 뒤 이번에는 둥글게 휘어지며 버섯송이 모양의 둥그스름한 섬을 하나 더 만든다. 이 아동산은 밀양관아의 동쪽에 있어서 얻은 이름으로 마치 거북 모양이다. 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물을 마신다고 하여 ‘영구음수형(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