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쓰는 이야기 (31)
11. 계백
“언제든 또 불러. 어디든, 어느 곳이건 금세 달려올 테니까.”
“고마워!”
구름이와 세민이는 황룡강신 푸른 잉어와 작별 인사를 했다. 그리고 곧장 서기 660년 8월의 소부리로 갔다.
2014년 9월의 제주도 강정에서, 1354년 전 백제의 백마강으로 단숨에 옮겨간 것이다.
아직 한창 더위가 남아있을 때다. 하지만 해거름 녘의 백마강변은 썰렁했다. 무더위를 피해 강변으로 나온 사람, 빨래하는 아낙네, 하다못해 미역을 감는 아이 한 명 볼 수 없었다.
지금의 부여인 소부리의 백마강가에서 구름이와 세민이는 두리번거리며 사람을 찾아보았다.
“아무도 안보이네. 병사들이 있는 관청을 알아봐야 하는데….”
“어! 저기 마침 사람이 온다. 저 사람에게 물어보자.”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고개를 푹 숙이고 지나가고 있었다.
“말씀 여쭙겠습니다.”
“무슨 일이냐?”
“계백 장군을 뵈려면 어디로 가야하나요?”
“사군부로 가면 뵐게다.”
“사군부요?”
“그래, 사군부는 병사들을 지휘하는 관청이다. 지금 백제의 결사대가 그곳으로 모이고 있다. 그러니 그곳에 가면 장군을 뵐 수 있을 게다. 그리고 사군부는 성 안으로 들어가 곧장 큰길을 따라가면 나온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너희들 어디서 왔느냐? 입고 있는 옷은 무슨 옷이냐?”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가 그제야 구름이와 세민이를 찬찬히 쳐다보았다. 어스름한 해거름 녘이지만, 구름이와 세민이의 옷차림은 백제 시대의 것이 아니다.
“예, 예, 그냥 아무거나 주워 입었어요.”
“그래. 지금 당나라와 신라가 쳐들어오고 있다. 함부로 나다니다간 목숨을 잃는다. 어서 집으로 들어가거라.”
“예!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허름한 옷차림의 남자는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 갔다.
구름이와 세민이는 서둘러 성안으로 들어갔다. 옷차림이 신경 쓰여 조심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주치는 사람 누구 하나 구름이와 세민이를 자세히 쳐다보지 않았다. 모두들 정신이 없는 사람들 같았다. 뛰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제 갈 길을 갈 뿐이었다.
마침내 ‘사군부’라 간판이 쓰인 곳까지 왔다.
“세민아! 바로 저곳이 사군부야.”
“맞아. 여기서 기다리자.”
“그러자.”
구름이와 세민이는 사군부가 바라보이는 골목에 몸을 숨겼다. 잠시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