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이야기

Dead! Dead! Dead!

운당 2013. 5. 26. 07:17

<Dead! Dead! Dead!>

  

<지겹다. 낮짝 그만 보자. 얼른 추징금이나 내놔라. 골프를 치던, 순자 엉덩이를 움캬쥐던 상관 않겠다>

 

아직 6월이 되려면 며칠 남았다. 그런데 날씨도 미쳐버렸는지, 그날은 완전 여름 날씨였다. 다 인간의 이기심이 초래한 자연계의 교란인데 누굴 탓하랴?

사무실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자판을 두들기던 클라우드 킴이 결국 속옷까지 벗어던지고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다.

클라우드 킴! 클라우드 킴!”

목소릴 한껏 죽인 다급한 목소리가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이크!”

발가벗고 있는 상태, 클라우드 킴도 다급하다. 가장 입기 쉬운 옷으로 대충 앞가림을 하고 문을 열었다. 호탕하고 호방하기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자연 친구였다. 근데 목소리가 모기 소리라니?

아니, 자네 자연 아닌가? 큰 소리로 부르지. 자네답지 않게 무슨 도적놈처럼 모기 소리로 부르는가?”

! 그럴 일이 있어.”

뭔데?”

내가 사람을 죽였어.”

진짜?”

그렇다니까? 날 좀 숨겨주게.”

어허, 이 사람! 왜 죽였는지 모르지만, 숨는다고 해결될 일인가?”

그럼 어쩌란 말인가?”

이 말 아는가? 3년 고개?”

한 번 넘어지면 3년 밖에 못 사는 고개? 그게 지금 나하고 무슨 상관인가?”

한 번 넘어지면 3, 두 번 넘어지면 또 3, 열 번 넘어지면 30, 삼십 번이면 90, 삼백 번 넘어지면. 아니네. 삼십 번이면 족해.”

그렇지만 그건 얘기에 불과하잖나?”

어허! 그러니까 그 3년 고개에서 방법을 찾자 그 말이네. 묘책이 그 속에 있어.”

뭔데?”

이 말도 아는가? 사람 한 명 죽이면 살인범, 둘 죽이면 살인마,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영웅!”

! 들어는 봤어.”

예를 들어 사람을 많이 죽인 영웅으로 멀리는 알랙산더와 시저, 나폴레옹과 징기스칸 등이 있지. 또 가까이는 이등박문, 김일성, 박정희, 전두환 등 많지. 수백 수천 명을 죽였을 그들을 보고 누가 살인범이나 살인마라고 하던가? 그런데 사람을 한 명 죽이면 어찌되는 줄 아는가? 뉴 또라인가 뉴 라이톤가 그 시드기들의 주둥이를 보게. 이등박문이 사살한 안중근 의사보고 살인범이라 하지 않던가? 바로 그걸세. 이왕 이리된 거, 지금 자네가 사람을 많이 죽이면 죽일수록 박정희나 전두환처럼 떵떵 거리고 살 수 있어. 박정희는 총 맞아 죄값을 조금 치뤘지만, 전두환 그 도적놈 살인마는 경찰 경호까지 받으며 골프 치며 잘 살고 있잖은가? 김일성이 손자, 박정희 딸년도 짝짜꿍으로 떵떵 거리고 말야. 정은이나 근혜나 다 사람들 죽이고 권력 누리는 독재떨거지들 후예의 표상 아닌가?”

그러니까, 지금 날 보고 이왕 이리 됐으니 사람을 더 죽이란 말인가?”

아먼! 자네가 이 난관을 벗어날 길은 그 방법 밖에 없다 그 말이네.”

지금 내가 죽이고 온 놈은 아주 싸가지 없는 놈이여. 근데 또 누굴 죽인단 말인가?”

자네가 저쪽의 파란 매직 어뢰 1번이나, 518때 휴전선을 날아 넘어왔다는 6백명처럼 신출귀몰한 능력이 있음, 저쪽에 가서 한 명만 죽이면, 이쪽에선 영웅이 될 텐데. 이쪽은 휙휙 나는 신출귀몰한 재주는 없고, 사기나 도적질, 투기, 탈세, 위장전입, 성추행 쪽에 특기 있는 인간이 많으니. 아따! 그냥 저질러버리세.”

?”

멀리 가면 힘들고, 깊이 생각하면 철학이 되니까. 그냥 가까이서 싸가지 없는 년놈 몇 마리 무작위로 골라버리세. 좀 전에 말한 상한 낙지 두환이, 또 요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롱하는 말을 한 용, 머시냐? 삔질삔질 용석이, 또 윤봉길 의사 후예라 까불대며 도시락 폭탄 대신 엉덩이 움켜쥔 쓰레기 창중이, 빤스만 입고 제수씨 성추행하려던 뻔뻔이 형태, 빤스하니까 생각나네. 여성 신도보고 빤스 벗으라 한 찢어진 빤스 광훈이, 으응, 또 그래, 거 미똥인가 미홍인가 하는 여자. 그래. 여자도 한 명쯤은 있어야해. 그 여자 냄새 요새 더럽데. 어물전 꼴두기는 뛰기나 하는데. 그 꼴뚜기는 한 더위에 썩어버렸어. 아따, 그런데 그 썩은 꼴뚜기 입만은 내 입보다 더 걸데. 말끝마다 똥파리가 날아 나오데. 하지만 확실하게 얘기해서 이 클라우드 킴하곤 본질이 달라. 이 클라우드 킴의 입에서는 향기로운 장미꽃이 피어 나오거든. 물론 믿거나 말거나, 아니면 말고지만. 다 그 싸가지 없는 짓거리나, 주둥이를 놀리는 거지발싸개들의 후안무치에서 배운 매직일세만.”

아따! 클라우드 킴! 내가 지금 사람을 죽였단 말일세. 그런 허망한 얘기 말고 날 좀 살려줘!”

맞아! 지금 자네가 사람을 죽이고 왔다 했지?”

그렇다니까.”

클라우드 킴은 문득 정신이 번쩍 났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 실제상황인 것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답답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가슴을 쥐어짜며 눈을 번쩍 떴다. 그런데 모기 소리로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던 친구도, 아무도 없다. 꿈을, 그것도 낮잠으로 개꿈을 꾼 것이다. 무더운 날씨가 유죄였다.

휴우! 꿈이어서 다행이네. 근데 왜 사람을 죽이고 어쩌고 하는 그런 험악한 꿈을 꿨을까?”

,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너무 더워서 샤워를 하고 나와 영화를 감상하기로 했다. 종일 글 쓰다 심심할 때 보려고 DVD 몇 장 빌려 놓은 걸 꺼냈다. 그 중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을 골랐다. 그 장면 중 병사들이 흉측한 귀신 무리들과 전투에 앞서 ‘Dead! Dead! Dead!’하고 외치는 장면이 있었다. 마침 그 장면을 보다 잠이 들었던 거다.

그럼. 그렇지. 어떻게 살인을 많이 해서 영웅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영웅이라 호칭하는 건 그들이 지맘대로 역사를 왜곡한 것이지. 한 명을 죽이건, 수천명을 죽이건 살인은 살인이야. 아니지, 많이 죽이면 살육이지.’

그러니까 말인즉슨, 외국의 사례는 그만 두고 정희나, 두환이는 살인자, 살육자라는 것이다.

그나저나 이런 무서운 꿈을 꾸면 오랜 산다 했든가? 잘 먹는다 했든가? 아무튼 할머님의 꿈해몽이 있었는데 말야?”

새삼스럽게 이제 백골이 진토 되었을 돌아가신 할머니가 문득 그리웠다. 할머니의 옛 얘기 들으며 젖무덤을 만지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꽃구름 같은 평화였다.

클라우드 킴! 클라우드 킴! 아따! 이쁜 색시라도 감춰놨냐? 사무실 문 빨리 열어라.”

그 평화를 깨고 모기 소리가 아닌 큰 소리가 사무실 문을 부술 것 같다. 성질 급한 자연 친구의 돼지 멱따는 소리다.

숨겨 논 여인도 없구만, 문은 왜 잠궈? 문을 열어놔야 길 잃은 처녀 귀신이라도 들어오지?”

더운 날씨에 짜증이 났는지, 자연 친구의 얼굴이 벌겋다.

어야! 자연. 지금 자네 사람 죽이고 왔는가?”

어따! 시방 뭔 소리여? 더위에 미쳤는가? 내가 사람을 죽이게.”

그래도 궁금하네.”

하긴 죽일 년 놈 몇은 있데만, 우선 창중이, 미홍이, 용석이, , 그래. 가장 최근에 리스트에 올려본 명단일세.”

진짜 죽일란가?”

아따! 무슨! 그저 그렇단 얘기지. 하여간 얼른 나가세. 그 뒤질 인간들 뒤지든 말든 냅두고 돼지 머리고기에 쇠주나 죽이러 가세.”

그렇게 해서 느닷없이 무덥던 그날, 우리는 뜬금없이 남광주 시장으로 갔다. 돼지 머리고기에 쇠주를 죽여버렸다.

“Dead! Dead! Dead!”

한 잔, 또 한 잔, 마실 때마다 건배사가 그랬다.